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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동물들이 그럽디다 ‘걱정 말고 사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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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화가 사석원(50)씨는 손가락 어딘가에 붉고 푸른 물감이 묻어있는 걸 좋아한다. 그 흔적은 화가의 명함이다. 밤새서 작업하고 동트는 하늘을 바라보며 화실 문을 나서는 걸 좋아한다. 그 아침 공기는 작가의 밥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화가의 꿈을 키운 그는 40년 넘게 늘 뭔가 그리고 있지만 지금도 그림을 처음 배우는 어린애처럼 물감을 크레용 북북 문지르듯 캔버스에 들이붓는다. 색색의 물감덩어리로 빛나는 그의 화면은 천진한 아이 얼굴을 닮았다. 동물이 뛰놀고 사람들은 웃는다. 호랑이와 새가 어울리고, 닭과 개가 꼬리를 무는 그 동물농장은 걱정 근심 다 날려버린 낙원이다.

낙원의 무대가 이번엔 아프리카다. 26일부터 4월 18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하쿠나 마타타’는 검은 대륙에서 한 소식을 들은 그가 이웃에게 던지는 치유의 추임새다. ‘하쿠나 마타타’는 아프리카 스와힐리어로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뜻. 세상사 힘들고 괴로워도 ‘걱정하지 마세요’ 라고 작가는 그림으로 노래한다. 탄자니아·케냐·에콰도르에서 동물들과 재미나게 놀고 온 에너지가 원색의 물결로 넘쳐흐른다.

사석원씨는 이주 노동자들이 그들의 희망을 쓴 칠판 위에 물감으로 동물과 사람이 어우러진 낙원의 모습을 그렸다. ‘하쿠나 마타타-왕의 귀환’, 유화와 혼합재료, 163X240㎝, 2009. [가나아트센터 제공]

전시는 ‘문제없어!’ ‘걱정 없이 살란 말이네’ ‘해피야, 넌 괜찮니?’ 세 부문으로 이뤄진다. 이주노동자들이 희망과 꿈을 적은 칠판 위에 두터운 물감 칠로 아프리카의 풍광을 담은 ‘문제없어!’, 호랑이와 사슴 등 한국 땅에서 점차 사라지는 동물의 모습으로 삶을 은유한 ‘걱정 없이 살란 말이네’, 20여 종의 애완견을 발랄하게 묘사한 ‘해피야, 넌 괜찮니?’다.

미술평론가 윤범모씨는 “사석원은 동물의 모습을 통하여, 혹은 외국인 참여와 칠판 작업을 통하여, (생존의) 고뇌와 그것의 치유를 함축하고자 한다”고 평했다. ‘하쿠나 마타타’란 그림 주문으로 적자생존의 살벌한 현장에서 자비의 소리를 송신한다는 설명이다. 젊은 시절 동양화 공부를 제대로 하면서 전통 문인화의 세계를 탐색했던 공력이 배어 나온다.

작가는 그림의 뜻에 맞는 여러 가지 행사를 준비했다. 작품 판매 수익금 10% 및 전시입장 수익과 전시엽서 판매 수익금 전액을 다문화센터의 육성사업에 기부할 예정이다. 27일 오후 10시 30분 전시장 1층 빌 레스토랑에서 ‘브런치 & 작가와의 대화’를 나눈다. 24일부터 4월 18일까지 부산 중동 가나아트부산에서도 동시에 개인전이 열린다. 02-720-1020, 051-744-2020.

정재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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