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산책] 식물 설치미술가 황수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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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대나무 등 식물을 이용하여 작품을 만드는 설치미술가 황수로(黃水路 ·65)씨.黃씨는 국내 유일의 식물 설치미술가로 우리 미술계에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가 28일부터 내달 2일까지 부산문화회관 대전시실에서 네번재 작품전을 연다.지난 95년 서울 현대미술관에서 열었던 전시회 ‘하늘, 땅 그리고 사람’이후 6년만의 전시회다.

이번 전시의 테마는 ‘실크로드의 새벽’. 실크로드로 연결된 각 나라와 지역의 특색 있는 문화를 주제로 13개의 각기 다른 설치 작품을 소개한다.

황씨의 대나무에 대한 철학은 남다르다.

“대나무는 욕심없는 사람의 마음처럼 속이 비어 있어 다른 물건을 채울 수 있지요.게다가 곧고 푸른 것이 기개와 절개를 상징합니다. 마디가 맺힌 것은 몇번의 어렵고 힘들었던 고통의 시대를 잘 이겨낸 마치 우리겨레의 역사를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작품 소재로도 대나무를 쪼개면 여러가지 선을 가진 다양한 형태가 나타나는 등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자는 것이 黃씨의 생각이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높이 4m,지름 10∼20cm의 대나무 1천여개를 사용해 작품을 만든다.그의 작품은 큰 규모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가장 작은 소품의 경우 높이가 4m,길이가 3m이며,길이만 18m에 이는 작품도 있다.웅장한 자연 속에서 하는 설치작품이므로 작품이 커야 한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황씨는 이번 전시를 위해 10년전부터 시간을 쪼개 실크로드의 문화유산이 남아 있는 티벳을 비롯,중앙아시아의 쿠차와 투르탄 ·인도 ·네팔,중국의 돈황 ·운강 ·용문 등을 답사했다.

작품에 혼을 불어 넣기 위해 실크로드의 현장을 직접 방문해서 그 곳에서 받은 느낌을 예술로 작품에 녹여내는데 최선을 다했다.

지난 95년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도중 외교사절로 한국을 방문한 아랍의 한 왕자가 중동지역에 없는 대나무 설치작품을 보고 탄성을 연발하며 자기나라에서도 작품을 설치해 달라고 부탁을 하는 등 설치작품으로 한국의 아름다움을 외국에 알리기도 했다.

황씨는 60년 꽃꽂이 모임 수로회를 창립했으며,현재 이사장으로 재직중이다.그는 지난 98년 경주에서 열린 세계문화엑스포에서 단체전을 비롯하여 2000년 일본 고베에서 열린 Japen Flower 2000에 단체전을 갖는 등 현재까지 50여회 국내외 작품전을 개최한 화려한 경력이 있다.

후배양성을 위해 73년도에 수로예술학원을 설립했고,현재는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 석좌교수로 활동중이다.

이번 전시회 개막식은 부산문화회관 대전시실에서 28일 오전 11시 있으며,

전시문의는 051-245-7774.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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