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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션 와이드] 부산 가덕도 '육수장망' 숭어잡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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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부산 가덕도 어민들은 요즈음 숭어잡는 재미로 산다.부드러운 햇살에 은비늘을 번쩍이며 펄떡이는 숭어를 보면서 삶의 활력을 얻는다.가덕도 대항포구 어민들의 숭어잡이는 1백6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육수장망 숭어들이'로 불린다.

"후려라,안목선 조져라,밖목선 조져라!"

메가폰을 잡은 어로장이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질러댄다.어로장의 지시에 따라 어부들은 순식간에 숭어를 그물 안에 가뒀다.초등학교 운동장 반만한 그물이 길쭉하게 좁혀지자 어른 팔뚝만한 숭어들이 은빛을 번쩍이며 수면위로 펄떡거리며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안목선(안쪽 배)과 밖목선(바깥쪽 배)이 닿을 정도로 좁혀지자 그물안 숭어들의 요동은 더욱 심해졌다.뱃전까지 뛰어 오르는 놈도 있었다.숭어를 그물에 가두고 배에 올린뒤 그물을 접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5분 정도.

어로장 허창호(許昌浩 ·59 ·부산시 강서구 대항동)씨는 그제서야 메가폰을 내려놓고 담배를 맛있게 피우기 시작했다.지난 25일 오전 8시 부산시 강서구 가덕도 남쪽 끝 바다.

이속에서는 요즘 숭어잡이가 절정이다.어부들은 '육수장망 숭어들이'방법을 사용한다.

육수장망 숭어들이의 핵심요령은 물속에 그물을 넓게 펼쳐 놓고 있다가 그물위로 숭어가 들어오면 재빨리 그물을 들어올리는 것이다.

어로장 許씨는 "어부 생활 30년 동안 숱한 고기를 잡았지만 숭어만큼 빠른 고기를 보지 못했다"며 "숭어가 그물에 들어오는 순간 그물을 재빨리 들어 올리지 못하면 허탕을 치게된다"고 말했다.

밖목선 세척과 안목선 세척에서 그물을 쥐고있던 어부들이 동시에 그물을 들어 올려야 많은 숭어를 잡는 것이다.그물을 들어 올리는 순간은 숭어잡이에 경험이 많은 노련한 어로장이 결정한다.

연안성 어류인 숭어는 봄철 물이 따뜻해지는 해안가로 떼지어 몰려온다.적게는 수십마리,많게는 수천마리 씩 무리지어 다니다 미리 쳐놓은 그물 위를 지나가다 잡히게 되는 것이다.

숭어떼가 그물 포위망을 벗어 날 것 같으면 어로장은 "밖목선,돌 때리라"고 고함을 친다.밖목선 중 앞쪽에 있는 배에서 어부들이 주먹만한 돌멩이를 바다로 던진다.돌멩이 소리에 놀란 숭어를 포위망 안쪽으로 다시 모는 것이다.

어로장 許씨는 "숭어들이에는 인내심이 필요하다"며 "그물을 펴놓고 5시간 이상 기다리다 허탕을 치기도 한다"고 말했다.숭어는 자그마한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그물을 펼쳐 놓은 뒤에는 어로장 외에 어느 누구도 큰 소리를 내지 못한다.

숭어잡이 어부들은 새벽 4시쯤 대항포구에서 목선(木船)에 올라탄다.여섯 척의 어선은 밧줄로 연결돼 엔진달린 운반선에 이끌려 포구에서 5백여m 떨어진 '큰 끝내'앞 숭어 어장으로 옮겨진다.

숭어는 기름 냄새와 기계소리를 아주 싫어해 숭어잡이 배는 엔진이 없는 나무배가 사용된다.날이 밝기 시작하면 어로장은 절벽위 망대로 올라가고 어부들은 그물을 펴기 시작한다.

육수장망으로 잡은 숭어는 횟감으로 인기가 높다.하루 1만 마리 이상 잡히는 날에는 마산 ·울산지역은 물론이고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까지 올라간다.

가격은 한마리에 4천원선. 숭어 판매 대금은 운반선 유류비 등 경비를 제하고 어촌계 공동기금 40%,어부몫 60%로 분배된다.

어부 몫은 어로장이 1.5인분을 가지고 나머는 지를 20명의 어부들이 똑같이 나눈다.요즘에는 하루 평균 4천여마리씩 잡는다.어부들은 올봄에 5백만∼6백만원의 목돈을 만질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항어촌계장 김형수(金炯秀 ·45)씨는 "가덕도에서 잡히는 숭어는 동해를 거쳐 오는 놈으로 서해의 숭어보다 살이 단단하고 맛있다"고 말한다.

육수장망 숭어잡이를 30년째 하고 있는 김정철(金正澈 ·63)씨는 "숭어를 한꺼번에 많이 잡는 데는 육수장망이 최고"라며 "일을 마치고 맛보는 숭어회 맛은 천하일미"라고 말했다.

부산=강진권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육수장망 숭어잡이는…>

가덕도 대항마을에서 1백60년간 내려오는 전통적인 숭어잡이 방법.무동력선 여섯척이 가로 50 ·세로 30m 규모의 그물을 직사각형으로 펼쳐 숭어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다가 잡는 방법이다. 숭어가 다니기 좋아하는 물목이 깊고 폭이 넓은 바닷가에 그물을 설치한다.

가덕도 남쪽끝 바다가 육수장망 숭어잡이의 적지로 꼽힌다.어로장이 절벽 위 망대에서 숭어가 그물 위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어부들에게 그물을 올리도록 지휘한다.

육지(陸)와 바다(水)에서 공동으로 작업한다고 육수장망(陸水張網)이라고 부른다.그러나 어부들은 몸(肉)과 손(手)으로 그물(網)을 펴기(張)때문에 육수장망(肉手張網)이라고 풀이한다.

대항마을 육수장망 숭어들이는 3월 중순부터 5월말까지 계속된다.대항마을 어촌계는 육수장방 전통 숭어잡이를 보존하고 홍보하기 위해 지난해 숭어축제를 처음 개최했다. 올해도 오는 28일 축제를 열기로했다.

연안성 어족인 숭어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汽水)에서 주로 서식하며 여름에 제주 근해나 거문도 앞바다까지 갔다가 봄에 다시 연안으로 돌아온다.

남해 ·서해에서는 자망(刺網)을 물 속에 늘어뜨려 지나가는 숭어가 그물 코에 걸리도록 한다.

또 '모찌'로 불리는 어린 숭어떼가 바닷가 가까이 몰려오면 물속에 들어가 그물을 둘러쳐 잡는 지인망(地引網)을 사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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