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버스 파업은 막아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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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부는 도시 교통난 해소를 위해 지금까지 지하철 건설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다. 그러나 기대만큼 지하철 수송분담률은 늘지 않았고, 일각에선 절대수요가 오히려 줄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환경변화 대처 못한 업체

특히 지하철 개통으로 교통혼잡의 주범격인 승용차 통행량은 흡수하지 못한 채 버스 통행량을 흡수했다는 게 일반적 지적이다. 그 결과 버스업계는 경영난을 겪게 돼 급기야 30% 감축 운행을, 노조는 12.7%의 임금 인상을 각각 요구하고 있다. 적절한 중재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교통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시내버스는 민생 교통수단이면서도 외국과 달리 정부 지원이 적었던 게 사실이다. 과거 이렇다 할 대중교통수단이 없던 시절엔 버스승객이 많아 황금 알을 낳는 사업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1970년대 중반 이후 지하철 건설이 시작되고 승용차 대중화가 진전되자 버스 수요는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버스 수송분담률은 8.4%나 줄어들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버스업체의 공멸마저 우려된다.

과거에도 정부는 서비스를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버스업체의 요금 인상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요금 인상은 시민의 가계부담만 증가시켰을 뿐 근로자의 처우개선이나 서비스 향상 등은 가시화하지 못했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된 원인으로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업체의 무감각을 우선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근원적으로는 버스 지원에 대한 편향된 인식이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고 판단된다. 중앙부처는 시내버스가 지자체 고유의 교통수단이므로 지자체가 지원해야 할 분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내버스 육성은 여러 함의(含意)를 지니고 있다. 첫째, 버스 이용을 활성화하면 지하철 이용도 증진된다. 둘째, 버스 활성화는 장래 지하철에 대한 무모한 투자 욕구를 줄여준다. 현재 지하철 1㎞를 건설하는 데 평균 8백억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반면 시내버스 구조조정을 위해 서울시가 추산한 소요 예산은 2004년까지 약 4백53억원이다. 셋째, 지하철이 운행되지 않는 도시나 지역 가운데 적자 노선에 대해선 공공서비스의 보편적 제공이란 차원에서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

즉 국가가 국민 세금으로 지하철을 건설한 만큼 대중교통 서비스 혜택을 받는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간의 형평성 유지를 위해 적절한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시내버스는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업종이므로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많다. 물론 외국처럼 정부 규제가 없을 경우엔 시장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행하고, 적자를 업체 스스로 감당하는 게 맞다.

그러나 정부 규제로 탄력적 운행이나 요금조정이 어려운 국내 버스사업 환경 아래선 정부가 지원해야 할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정부는 최근 유종간 가격조정을 추진하면서 경유값을 대폭 인상함으로써 버스업체의 경영난을 심화시켰다.

10년 전에 비해 버스 대수는 거의 변하지 않았는데 그 수요는 크게 감소하자 업계에선 비용 절감을 위해 적자노선 위주로 운행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민간업체의 속성을 감안하면 당연한 요구다. 따라서 업체가 운행을 포기하는 노선은 버스산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점차 회수하고, 이에 대해선 보조금입찰제를 도입해 소요 비용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정부서 적자노선 지원을

아울러 대중교통 요금은 물가변화를 적기에 반영하기 힘들고 서민 계층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운송원가를 그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또 원가보상 차원의 요금을 적용하면 요금 인상으로 자가용.택시 등 다른 교통수단으로 전환돼 교통혼잡을 야기할 소지도 있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회적 요금 적용으로 생기는 적자는 정부가 지원하는 게 옳다.

시내버스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정책당국의 시각은 참으로 다양하고 차이가 크다. 당국간 이해관계를 초월한 적절한 대책 마련을 기대한다. 버스업체나 노조도 당장의 이익을 구하기 위한 실력행사보다 미래의 버스 이용객을 놓치지 않기 위한 서비스 개선 노력에 힘써야 할 것이다. 핵폭탄은 보유 자체에서 의미를 찾아야지 그렇지 않을 경우 모두에게 파멸을 주게 됨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黃常圭(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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