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인문·사회학 '접속'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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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과학과 인문.사회학의 접합을 모색하는 학계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를 목표로 한 잡지가 최근 첫선을 보였고, 한국과학철학회 등 학회에서 이를 주제로 한 학술대회도 연다.

최근 김영사가 낸 『과학과 사회』는 '인문.사회학으로서의 과학' 을 표방한 첫 잡지다. 다만 무크지(부정기간행물)이면서 '연간지' 라고 못박고 있어 앞으로 1년은 기다려야 제2호가 나온다.

김영사 이충미씨는 "사회 속의 과학, 과학 속의 사회가 잡지 창간의 목적" 이라며 "그러나 이를 수용할 시장의 상황이 좋지않아 일단 연간지로 출발하게 됐다" 고 말했다. 아무튼 이 잡지는 학제 연구가 취약한 우리 학계에 신선한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선지 창간호는 튼실한 짜임새를 갖췄다. '과학의 대중화' 를 목표로 전문가보다는 일반 교양인의 눈높이에 맞춘, 평이하지만 폭넓은 시야가 장점이다.

특집으로 꾸민 「과학기술과 21세기 사회경제이론」은 학문의 벽 허물기를 잘 드러내 주는 예다. 20세기 현대인의 사고에 혁명적인 전환을 가져온 찰스 다윈의 '진화론' 을 바탕으로, 그의 사상을 인문.사회과학에 응용한 다양한 분파 학문을 다뤘다.

마음의 구조에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 '진화심리학' , 인간의 지식은 완전한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행착오를 통해 진화한다(하이에크의 '진화론적 인식론' )는 입장에서 고전파 경제학을 극복하는 '진화경제학' , 그리고 '복잡계 경제학' '생명공학 패러다임' '환경경제학' 등을 소개했다.

때맞춰 지난 90년대 말 서구사회에서 인문학자들이 먼저 과학자들에게 '딴죽' 을 걸어 불거진 이른바 '과학전쟁' 을 모방한 학술대회도 열린다. 한국과학철학회(회장 송상용) 주최로 27일 강원도 춘천 한림대에서 열리는 '작은 과학전쟁' 토론회가 그것이다.

이 자리에서는 과학을 절대 진리로 여기는 과학자들과 과학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인문학자들 사이의 뜨거운 논쟁이 예상된다. 인제대 의대 강신익 교수 등 6명이 주제발표를 한다. 최근 들어 서울대.고려대 등 많은 대학에 '과학철학' '과학사회학' 협동과정이 잇따라 개설되는 등 과학과 인문.사회학의 '협동' 도 빈번하다.

포항공대 임경순(과학사) 교수는 "과학화가 뒤진 우리나라에서 과학의 절대성을 위협하는 인문.사회학의 공세는 생각해 볼 점이 많지만, 양쪽의 불합리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노력은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 고 말했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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