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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평] 사립대 어떻게 살아가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오늘의 사회를 지식기반사회라 한다. 지식이 가치창조의 기반이 되는 사회라는 뜻이다. 이러한 사회에서 지식을 창출해 내고 지식인을 배출하는 대학의 중요성은 구태여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중요한 대학교육의 80%를 사립대학이 감당하고 있다는 점을 과연 우리 국민은 얼마나 인식하고 있을까.

***법인전입.기여금 9%線

대학의 경쟁력은 대학의 재정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립대학 중에서 가장 많은 예산을 사용하는 대학의 한 해 예산이 일본의 대표적 대학이 쓰는 한 해 예산의 25%에 미치지 못한다. 미국의 명문 사립대학에 비해서는 10%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의 스탠퍼드 대학은 발전기금으로 10조원을 갖고 있는데 한국의 대학은 1천억원을 적립하고 있다고 언론의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과연 한국의 사립대학과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향상될 수 있을까.

대학의 재정은 학생들의 등록금.국고보조금, 그리고 기여금과 법인 전입금으로 충당된다. 여기서 법인전입금은 넓은 의미에서 기여금에 포함할 수 있다. 법인전입금은 개인들이 학교설립을 위해 자신의 재산을 출자한 기부금을 운용함으로써 얻은 수익금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사립대학은 평균적으로 법인전입금을 포함한 기여금이 총 학교재정의 35%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한국의 사립대학은 법인전입금을 포함한 기여금이 9%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일본의 경우 법인 전입금을 제외한 기여금이 9%에 이른다. 한국의 경우는 법인전입금을 제외할 경우 4.5% 정도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처럼 낮은 기여금 비율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 사회에 아직 기여문화가 정착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나라의 사립학교 재단들이 사회적으로 비판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투명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정보화 사회에서 더 이상 사립재단을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기여자들에게 보은하겠다는 목적아래 최근 제기되고 있는 기여우대제는 투명성을 담보할 경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사립대학의 교육은 학생들에게만 이득을 주는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국가에 큰 이득을 가져다 주기 때문에 국가로부터 재정보조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 미국의 사립대학은 예산의 약 20%를, 일본은 약 15%를 국가재정으로부터 보조받는다.

이에 반해 한국은 4%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 정권이 교육재정을 국민총생산(GNP)의 6%에 이르게 하겠다고 공약했으니 교육재정과 사립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의 확대를 기대해 본다.

외국에 비해 국고보조금과 기여금의 구성비가 크게 낮으므로 한국의 사립대학들은 등록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미국 사립대학들의 등록금 의존 비율이 평균 40%인데 비해 한국은 70%를 넘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 사립대학의 등록금의 절대액이 높은 것은 아니다.

미국 사립대(스탠퍼드대)의 6분의 1이며 일본(와세다대)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졸업 후 취업해 학창시절에 수업료로 지불한 액수를 벌기 위해 4년이 걸리지만 한국의 경우는 1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사립대의 등록금이 싸다는 증거다.

***기여우대制 등 대책 절실

이런 상황인 데도 매년 대학들은 등록금 때문에 학생들과 갈등을 겪는다. 세계 어느 나라가 등록금을 학생들과 협의해 결정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최근 교육부는 등록금을 학생.학부모와 협의해 결정하도록 입법예고했다. 교육부의 지원을 받게 됐으니 학생들의 등록금에 대한 저항은 더욱 거세질 것이 분명하다.

"기여자에 대한 보은도 할 수 없다. 재정지원도 충분히 할 수 없다. 등록금도 대학이 원하는 대로 올릴 수 없다" . 대학의 자율화를 보장하겠다는 교육부가 사립대학에 대해 규제하는 내용이다. 과연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까. 지식기반사회에서 대학으로서 제구실을 할 수 있을까.

이영선 <연세대 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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