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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는 한나라…"정국 파탄 총리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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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김덕룡 원내대표(오른쪽부터)가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형수 기자

한나라당의 흥분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이해찬 총리가 사과하기는커녕 한나라당을 자극하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리가 29일 "한나라당이 여권을 향해 좌파 공세를 한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반드시 손을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나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 총리 파면을 요구하기로 했다. 그 이유는 세 가지다. ▶공직자로서 중립의무를 위반했고 ▶자유민주주의에 반하는 위헌적 언론관을 보였으며 ▶정략적 목적으로 야당을 자극해 정국을 파탄 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표는 의총장을 나서며 "국민의 대표로 국회에 와 있는 한나라당을 무시한 것은 국민과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행태"라며 "이런 정치문화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기자들과 만나서는 "내가 정부에 대해 좌파라고 한 것은 주관적 판단이 아니라 객관적인 데이터에 근거한 것"이라며 "세계 여러 나라의 언론이나 경제학자들이 노무현 정부의 경제.사회정책을 두고 좌파성향이라고 하지 않느냐"고 했다. 이 총리의 한나라당 사과요구가 터무니없다는 얘기였다. 그는 이어 "여권이 소위 '4대 법안'을 강행 통과시킬 경우 장외투쟁 등 뭐든 다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강행처리 때 헌법소원도 제기할 것이냐"는 질문엔 "그런 것을 포함해 몸으로라도 막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한나라당은 이 총리 파면 요구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응답이 없을 경우 총리 해임건의안이나 파면권고결의안을 국회에 내는 것도 검토 중이다. 한나라당은 또 이 총리의 발언이 공직선거법의 공무원 중립의무를 위반했다며 중앙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국회도 일단 계속 보이콧하기로 했다. 그래서 29일로 예정된 통일.외교.안보분야 대정부 질문도 무산됐다.

비주류는 더욱 강경한 입장이다. 국가발전연구회(발전연)와 자유포럼 소속 의원 등 보수성향이 강한 비주류는 "야당에 대한 모욕을 서슴지 않는 이 총리 파면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당 지도부는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소장파의 입장은 다르다. 당분간의 국회 파행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강경일변도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국회의 장기 파행을 방치하면서까지 총력전으로 대립할 사안은 아니다"고 했다. 지도부도 마찬가지다. 이 총리에 대해선 강공을 하겠지만 여당 지도부와의 대화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박소영 기자 <olive@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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