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분열, 반지성주의 위험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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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서울대에서 열린 교수협의회 주최 토론회에서 정운찬 서울대 총장(오른쪽에서 둘째)이 나와 ‘한국사회의 미래와 고등교육’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춘식 기자

"한국 대학생들은 소화불량에 걸릴 정도로 배우는 게 많지만 창조적 능력을 키우지는 못했다. 그런 점에서 우리 대학교육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앞으로 전액 장학금을 받는 서울대 대학원생을 3000~4000명 수준으로 대폭 늘리겠다."

서울대 교수협의회(회장 장호완 교수)가 29일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우리 대학 교육에 대한 자성과 비판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처방과 주문도 다양하게 제시됐다.

◆ "대학도 질적으로 변해야"(정운찬 서울대 총장)=세계는 지식기반사회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우수한 인적 자원이 곧 자산의 원천인 이 시대에 대학은 단순히 지식 전수기관이 아닌 창조적 능력을 길러내는 곳으로 바뀌어야 한다.

한국 대학은 30년 전과 비교할 때 대학 취학률이 열배로 늘어나는 등 양적으로는 크게 성장했지만 질적인 수준은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대학은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대학 규모를 축소해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 대학별 특성화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대학이 비슷한 성격과 규모를 가진 상태에서는 소모적 경쟁만 초래할 뿐, 다양한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 기초교육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기초교육이 제대로 돼야 전문교육도 내실화될 수 있다.

대학의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첨단분야와 기초학문 분야의 균형적인 육성이 중요하다. 첨단분야의 경우 대학 특성화와 연계해 집중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연구여건이 열악한 기초 학문 분야에 대한 투자도 시급한 과제다. 대학이 바뀌기 위해서는 대학의 힘만으로는 안 된다. 정부와 사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종합적 지원체계를 수립해서 기초학문 분야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반지성주의 위험 심각 "(이인호 명지대 석좌교수)=새 정부 출범 이래 가장 두드러진 사회 변화가 반(反)엘리트주의와 반(反)지성주의의 표출이다. 오늘의 현실이 우려되는 것은 대내외적 어려움을 풀어 나가는 데 절대 필요한 이성적 대화의 장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사회분열과 반지성주의의 위험은 이미 심각한 정도다. 지성의 위기 극복을 위한 근본적 대안은 지식사회의 체질 개선과 강화다. 이 대안은 지식인들 스스로 지성이 권력의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용기를 내지 못했다는 반성에 기초해야 한다.

◆ "국제사회와 한국 간 괴리 확대"(안병준 연세대 명예교수)=변화하는 국제사회와 한국 간에는 괴리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이 나가야 할 길은 이런 괴리를 좁혀서 국가경쟁력을 회생시키고 자유민주주의를 향한 국가정체성을 재확립하는 것이다. 국가정체성과 관련, '연식 국력(soft power)'을 자랑하는 국가로서의 이미지를 정립하는 게 필요하다. '연식 국력'은 한국의 문화.제도.교육 부문 등에서 다른 나라들이 존경하고 모방하게 만드는 힘이다.

우리의 비교우위는 양질의 인간자원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독창적인 상상력과 첨단기술을 창출할 수 있는 '지식근로자'를 양성해야 한다.

한애란.백일현 기자 <aeyani@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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