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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 상영작 확정… 한국은 한편도 못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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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아시아 영화의 약진이 눈부시지만 아쉽게도 한국 장편영화는 단 한 편도 진출하지 못했다.

세계 최고의 영화제인 올 칸영화제(제54회)(http://www.festival-cannes.fr)의 상영작이 확정됐다. 다음달 9일부터 20일까지 열릴 이번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최근 세계 영화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아시아 영화가 대거 선보인다는 점. 경쟁부문에 진출한 23편 가운데 일본과 대만이 각기 세 편, 두 편씩을 올려놓았다.

'유산절고(楢山節考)' (1983년), '우나기' (97년)로 칸영화제 대상을 두 차례나 받은 일본 영화계의 거장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이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강물' 로 세번째 영예를 노린다.

신인 감독인 아오야마 신지의 '사막의 달' , 고레-에다 히로가즈의 '디스턴스' 도 경쟁부문에 합류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일본이 비경쟁작을 모함해 모두 일곱 편을 상영하며 칸을 공습했다" 고 표현했다.

대만영화도 두 편 진출했다. '비정성시' 로 베니스 영화제 금사자상(89년), '희몽인생' 으로 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93년)을 수상했던 후 샤오시엔이 '밀레니엄 맘보' 를 선보이고, 98년 '구멍' 으로 칸영화제 국제 비평가상을 받았던 차이밍 량은 '그곳은 지금 몇시□' 를 공개한다.

지난해 '춘향뎐' 을 칸영화제 처음으로 경쟁부문에, 그리고 '오! 수정' '해피 엔드' '박하사탕' 을 기타 부문에 진출시켰던 한국영화는 아쉽게도 장편 부문에선 한 편도 초청받지 못했다.

대신 신동일 감독의 '신성가족' 이 단편 경쟁부문에, 김영남 감독의 '나는 날아가고, 너는 마술에 걸려 있으니까' 가 시네파운데이션(중단편 길이의 학생작품)부문에 진입했다.

일본.대만의 예처럼 올 영화제의 특징은 자신들이 발굴한 감독들을 집중적으로 초청했다는 점. 각각 90년과 91년에 '와일드 앳 하트' 와 '바톤 핑크' 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미국의 데이비드 린치 감독과 코언 형제가 '멀홀랜드 드라이브' 와 '그는 그곳에 없었다' 를 들고 칸을 방문한다.

이밖에 미국은 니콜 키드먼이 주연한 올 영화제의 개막작인 '물랑루주' (바즈 루만 감독), 영화배우에서 감독으로 나선 숀 펜의 '서약' 등 다섯 편을 공개하며 최근 불편했던 칸과의 관계 회복을 꾀하는 듯한 인상이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세운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슈렉' 이 경쟁부문에 들어간 것도 이례적인 일.

사실 칸영화제측은 올 초 할리우드 스타 조디 포스터를 심사위원장으로 영입했으나, 포스터가 영화 촬영을 이유로 위원장직을 반려해 큰 낭패를 당했다.

장 뤼크 고다르의 '사랑의 찬가' (스위스), 자크 레베트의 '의식하라!' (프랑스), 마노엘 드 올리베이라의 '집으로 돌아오라' (포르투갈)등 거장들의 신작이 많이 선보이는 것도 올해의 특징이다.

또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은 79년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지옥의 묵시록' 의 디렉터스 컷을, 이탈리아 출신의 마틴 스코세지 감독은 네 시간짜리 자전적 영화인 '나의 이탈리아 영화기행' 을 공개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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