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화가 산책] 시집 '옛사랑을 읽다' 펴낸 성선경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경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성선경(成善慶.42.마산 무학여고 교사.사진)시인. 최근 그가 편낸 두번째 시집 '옛사랑을 읽다' (한국문연)에는 온갖 동물이 우글거린다. 67편의 시 중 대부분의 제목에 송아지.개.염소 등의 가축과 도마뱀.악어.전갈.코뿔소 등 야생동물이 등장한다. 그는 "동물을 내세워 인간의 탐욕을 풍자하려고 했다" 고 설명했다.

'호랑이를 꾸짖다' 는 시는 이름을 남기려고 집착하는 인간을 묘사했고 '게와 같이 걷다' 는 게와 인간의 걸음걸이를 비교하며 한계를 안고 있는 이 사회의 평등주의를 풍자했다.

노숙자의 아픔을 묘사한 '귀가 돋다' 는 IMF의 고통이 한창이던 1998년 초의 작품. 이 시를 쓸 무렵 그는 마산의 지하상가를 수시로 자주 찾아 노숙자와 소주잔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의 시에 대해 평론가 李미순(충북대)교수는 "다소 진부한 주제들이 도발적인 동물들의 이미지로 신선해 진다" 고 평했다.

경남대 국어교육과를 나온 成시인은 대학 4학년때인 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바둑론' 이란 시로 등단했다. 91년 경남지역 시인들을 중심으로 만든 '문청' (文靑)동인의 창립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무학여고에서 교편을 잡으며 문예반을 지도하는 그는 "많은 학생들이 인터넷에 빠져있지만 가슴을 울리는 글귀를 적어오는 학생들을 만나는 기쁨이 크다" 고 말한다.

창녕출신인 그는 "초.중.고등학교 12년 동안 학교까지 3㎞를 걸어다니면서 사색하는 습관을 들인 것이 시인이 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며 웃었다.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학교 뒷산을 산책하거나 햇볕 좋은 곳에서 '해바라기' 를 하며 시심을 익힌다.

김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