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서울] 공공 자전거 보관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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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울시가 도심 교통난 완화를 위해 1997년부터 자전거도로를 의욕적으로 만들면서 함께 마련한 자전거보관소.

지하철역과 지하도 입구 곳곳에 설치해 놨지만 이용객을 위한 배려는 별로 없다.

보관소 규모가 작고 설치대가 좁은 곳이 많아 자리잡기 전쟁이 벌어지고 세우는데 불편하다. 할 수 없이 바깥에 세워뒀다가 분실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청소라도 해줬으면…' 하고 바라지만 자전거 보관대는 관심 밖의 시설물로 방치하고 있다. 지하철 2호선 신대방역 앞. 자전거를 42대까지 세워놓을 수 있는 보관대가 있으나 몇대 보이지 않는다.

대신 노점상 리어카 두대와 오토바이 다섯대가 점령하고 있다. 리어카 곁에는 가스통과 쓰레기 봉투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이곳에 자전거를 놔두고 지하철로 통학한다는 대학생 車모(25.동작구 신대방동)씨는 "상인들이 못쓰는 물건이나 쓰레기를 마구 갖다놔 정작 자전거는 주변 아무데나 세워놓는다" 며 "자전거 이용 캠페인은 떠들썩하게 벌이면서 이용 시설은 엉망" 이라고 불평했다.

신대방역의 다른 자전거보관대도 사정은 마찬가지. 80대를 세울 수 있는 대규모 보관대에 자전거가 빈틈 없이 꽉 들어차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청소를 하지 않았는지 쓰레기가 널려있고 역한 냄새가 진동한다.

시내 지하철역에 있는 자전거보관소 대부분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도시의 흉물로 전락했다. 구청에서 청소와 정비를 맡고 있지만 일년에 두번씩 물청소가 고작이다. 리어카와 오토바이 같은 방해물에 대한 단속도 없다.

이용자들의 최대 불편은 설치대의 높이가 너무 낮다는 점. 그래서 자전거 앞바퀴를 설치대에 갖다 놓고 잠금쇠를 걸려면 고개를 땅끝까지 숙여야 한다.

더구나 옆 자전거와의 사이가 한뼘 정도 밖에 안돼 온몸을 비틀어가며 잠금쇠를 걸어야 한다.

金모(16.관악구 신림동)군은 "자전거 잠금쇠 걸기가 너무 힘들다. 자칫 옆에 있는 자전거를 건드리기라도 하면 우루루 넘어지기 십상" 이라고 말했다.

서울지역에 설치된 자전거보관소는 1천1백여개소. 모두 4만1천여대를 세울 수 있다. 그러나 이용객 수를 감안하지 않아 하루종일 텅텅 비어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자리가 모자라 자전거를 밖에 대놔야 하는 곳도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자전거보관소가 넓은 공간을 차지하기 때문에 출구마다 설치하는 것은 무리" 라며 "자전거보관소 모양도 지자체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다" 고 말했다.

◇ 대책〓무엇보다 지하철역의 경우 자전거 이용객 규모와 이용자가 많은 출구 등을 사전에 파악해 보관소를 설치해야 한다. 동작구는 지하철 남성역 상가쪽에 설치했던 보관소를 아파트단지 쪽으로 옮겼다.

동작구 관계자는 "아파트 주민들이 가로변 펜스에 자전거를 세워놓아 이같이 결정했다" 며 "다른 지역에서도 실제 이용객 조사를 한 뒤 자전거보관소를 재배치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자전거의 천국' 인 양천구는 보관소에 공기주입기를 설치하는 등 자전거 이용객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하고 있다.

좁은 공간에서 자전거를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기능성 자전거보관소를 개발하는 일도 시급하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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