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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월세아파트 많이 늘어나는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요즘 "전셋집 구하기가 어렵다" 며 고민하시는 부모님들을 많이 볼 수 있죠?

또 "주인이 월세로 바꾸자는 데…" 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을 겁니다.

언제부터인가 동네 부동산중개업소에는 '월세 물건' 이라는 문구가 많이 나붙기 시작했지요. 아파트에 세든다면 모두 전세인 줄 알았는데 요즘 왜 이렇게 월세가 늘어났을까요.

최근에 정부(건설교통부)(http://www.moct.go.kr)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서울에서 집을 세놓고 있는 사람 열명 중 3.8명이 전세를 월세로 바꾸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경기도 지역은 4.4명으로 서울보다 많았어요.

전세는 집을 빌리는 사람이 집을 빌리는 비용(임대료)을 목돈으로 한꺼번에 주는 것이지요. 이 전세금은 나중에 집을 비워줄 때 주인에게서 돌려받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집을 빌리는 대가로 보증금을 맡기는 셈이죠. 빌리는 기간은 통상 2년입니다.

월세는 말 그대로 집을 사용하는 대가를 매월 주인에게 주는 방식입니다. 한꺼번에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은 없지만 다달이 셋돈을 줘야 하기 때문에 월급생활자처럼 소득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싫어하는 편입니다.

상가나 사무실은 대부분 월세 중심입니다. 장사나 사업을 하는 사람이 매월 돈을 벌어 임대료를 내는 게 편하기 때문입니다.

주택의 경우엔 월세도 있지만 전세가 많습니다. 목돈 부담은 있으나 한꺼번에 주고 나면 계약 기간 별다른 걱정 없이 살 수 있고 나중에 그 돈을 돌려받을 수 있어 세 드는 사람들이 이 형태를 좋아하는 것이죠. 집주인 입장에서도 전셋돈을 받아 다른 곳에 투자하거나 은행에 넣어 이자를 챙길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러나 요즘 들어, 정확히는 지난해 초부터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자율이 뚝 떨어진 이후부터죠.

주인이 전셋돈을 받아 은행에 넣어봤자 이자수입이 적다 보니 차라리 월세로 돌리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볼까요. 은행 예금금리가 연 12%일 때엔 1억원을 은행에 넣어두면 매월 1백만원의 이자수입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은행이자율이 슬금슬금 떨어져 연 6%대로 주저앉자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은행에서 1억원에 대한 이자를 받더라도 세금(이자소득세)을 빼면 월 50만원도 챙기지 못하게 된 것이지요.

따라서 전세를 월세로 바꾼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수입이 훨씬 짭짤해지기 때문이지요. 보증금 1천만원에 매월 90만원(1부 이자)을 챙길 수 있게 됩니다. 월세는 전셋값에서 보증금을 뺀 금액의 월 1%로 계산한답니다. 이를 월 1부 금리라고 합니다.

지금은 월세금리가 떨어져 월 1부지만 지난해 상반기(1~6월)만 해도 월 1부5리였고 한때는 2부인 적도 있었어요. 2부라면 한달 월세가 1백80만원 가량 되는 셈이지요.

어쨌든 월 1부 조건이라도 월세로 하면 수입이 전세의 두배가 된답니다. 이러니 누가 전세를 놓으려고 하겠어요. 은행에 돈을 맡겨 이자 따먹는 것을 이상적이고 안전한 투자라고 여겼던 전통적 사고방식에 큰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사정이 이쯤 되자 아파트를 사서 월세를 놓으려는 투자자들이 부쩍 늘어났어요. 은행 예금금리가 시원찮다 보니 아파트 월세로 돈을 받아 굴릴 방법을 찾게 된 거죠. 이렇게 해서 월세시장이 커진 겁니다. 세를 놓기 위해 아파트를 산 사람이든, 전세를 주고 있던 집주인이든 모두 월세를 좋아하게 된 거죠.

그러나 세 들 사람은 입장이 반대랍니다. 될 수 있으면 전셋집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지요. 이러다 보니깐 수요와 공급(집을 얻으려고 하는 사람과 세를 주려는 사람의 비율)이 맞지 않아 전세난을 부추기게 됐어요. 작은 아파트가 많이 있는 동네를 가보면 월세는 많은데 전셋집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귀하답니다.

실제로 서울 상계동 주공아파트단지의 경우 부동산 중개업소에 나와 있는 아파트 셋집의 80%는 월세입니다. 전셋집은 나오자마자 계약이 이뤄져 중개업소에서 대기번호까지 받고 기다려야 할 정도랍니다.

13평짜리 아파트의 경우 전세는 5천만원인데 월세는 보증금 1천만원에 월 40만원 정도입니다.

상계동은 신혼부부나 젊은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 한달에 40만원씩 꼬박꼬박 떼어주는 것이 큰 부담이 되는 것입니다.

주인 입장에서는 5천만원을 은행에 맡겨봤자 한달 이자를 25만원도 챙기지 못하니 무조건 월세를 놓으려는 것이죠.

결국 전세는 모자라고 월세는 남아도는 현상이 빚어진 것입니다. 아파트가 모자라서 생기는 부작용이지요. 정부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알고 소형 아파트 등을 많이 짓겠다고 합니다만 땅이 없는 데다 지으려면 시일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습니다.

월세가 잘 안나가자 보증금을 높이는 대신 월셋돈을 줄여주는 방법도 나오고 있어요. 전셋값이 5천만원이라면 보증금 2천만원에 월 30만원이나 보증금 3천만원에 월 20만원을 제시한다는 얘기지요. 이른바 '전세 반 월세 반' 인 셈이지요.

서울 강남구나 서초구 등지에서는 월세 아파트를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매월 월세를 부담할 수 있을 정도로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이 상계동보다 많다는 뜻이죠.

월세는 작은 아파트에서 많답니다. 월셋돈이 너무 비싸면 아무도 세를 들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죠.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는 뚜렷한 구분은 없지만 월세가 1백만원을 넘으면 세 들 사람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당분간 소형 아파트 월세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답니다. 예금 금리가 지금처럼 계속 바닥을 기면 여윳돈을 은행에 넣어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너도나도 월세로만 내놓으면 소형 아파트는 전세물건이 모자라 큰 일입니다. 게다가 서울에서는 작은 아파트 건설량이 많지 않아 더욱 걱정입니다. 아파트 지을 땅이 모자라는 데다 건설회사들도 작은 아파트 건설을 싫어해 더욱 그렇습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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