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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곡` 현장 리포트] 국내외 폭발적 관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서울 신림7동 난곡의 산동네, 극도의 가난 속에서도 학업을 계속해 올해 J대 야간학부에 입학한 安모(20)씨. "이제 성인이 된 만큼 밤에 공부하고 낮에는 돈을 벌어 부모님을 편하게 모시고 싶다" 며 일자리를 찾던 그에게 지난 11일 한 영상장비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이 회사 사장은 "지난 10일 중앙일보 '난곡 리포트' 를 읽고 사연을 알게 됐다" 며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아르바이트로 채용하고 싶다" 고 제의했다.

安씨는 즉각 이를 받아들여 다음날인 12일부터 출근했다. 고교시절 학원 한번 안다니면서도 반에서 1, 2등을 놓치지 않아 친구들 사이에 '영웅(英雄)' 으로 불려온 그가 이제 진짜 영웅을 꿈꾸며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본지가 지난 9~13일 '난곡 리포트' 를 연재하는 동안 국내외에서 폭발적인 관심이 쏟아졌다. 취재팀 등에는 수백건의 전화와 e-메일이 몰려들었다. 난곡 지역과 주민들을 돕겠다는 연락만 1백여건에 달했다.

◇ 취직.경제적 지원=한국재가장애인협회, 일산 덕양구 자활지원센터, 청호인터내셔널, 수원농장, 개원식품, SW엔터프라이즈, 코리안모터스, 음성수녀원, 시화공단 자영업체 등 20여개 업체.단체에서 난곡 주민들을 채용하겠다고 연락해 왔다.

서울 두산타워측은 어린이용 의류 3백점을 기증했고, 수능전문 학습지 회사인 케이스는 "기사에 나온 한 재수생에게 학습지를 무료로 제공하겠다" 고 밝혔다.

또 경북 상주의 독자는 "중학생 한명을 선발해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장학금을 지급하겠다" 는 뜻을 알려왔다.

인천 서래포구의 횟집 주인 金모씨는 "인근 횟집에 운전기사.조리사.주방아주머니 등이 많이 필요한데, 업주들과 상의해 난곡 주민들을 채용하고 싶다" 고 했다.

익명의 후원자도 잇따랐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K씨는 "나도 자영업을 하다 망한 경험이 있는 사람" 이라며 "희망을 잃지않는 사람들을 정성껏 돕겠다" 고 말했다. 본지 기사를 읽었다는 주부는 "이름을 알리지 않고 난곡의 한 대학생에게 학비를 지원하겠다" 고 밝혔다.

◇ 자원봉사.자매결연 등=서울 '사랑의 교회' 청년모임은 "일주일에 한번씩 초.중.고교 학생들을 상대로 학습지도를 할 수 있도록 연결해 달라" 고 했다.

서울 정동극장은 "다음달 말 주민들을 초청해 공연행사를 열 수 있겠느냐" 고 문의해왔다. 사회봉사단체인 '사랑의 친구들' 은 "어린이를 상대로 공동체 활동을 펴겠다" 고 밝혔다.

한 대학 휴학생은 "어려운 할머니와 결연해 평생 후원하겠다" 고 했고, 경남 양산의 독자는 "홀로 사는 노인을 집에 모시겠다" 는 갸륵한 뜻을 보내왔다. 또 식이요법 전문가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상담을 한 뒤 식사 요법을 알려주겠다" 고 제의했다.

◇ 본사에 자료요청 등=보건복지부 자활기획단 관계자는 시리즈 1회 보도가 나간 직후 "빈곤대책을 세우는 데 중앙일보의 조사내용을 참고하고 싶다" 는 뜻을 전해왔다.

한국복지재단 관계자는 "빈곤.결손 가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일보와 논의할 수 있겠느냐" 고 문의했고, 사회봉사단체 '사랑의 전화' 는 "자체 발행하는 잡지에 중앙일보의 기사를 전재하고 싶다" 고 했다.

이화여대 대학원생은 "석사논문에 중앙일보의 기사와 사진을 인용하고 싶다" 고, 숙명여대 환경디자인과 학생은 "달동네 공부방을 졸업작품으로 계획하고 있는데 기사화가 안된 정보를 알려 달라" 고 요청했다.

기획취재팀=이규연·김기찬·이상복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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