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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위진압 경찰 폭력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대우자동차 인천 부평공장 노조원들의 '출근 투쟁' 을 강제해산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폭력을 휘둘러 말썽이 되고 있다. 민주노총과 시민단체 등은 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공권력의 횡포라며 손해배상, 관계자 문책과 형사처벌, 경찰의 사과 등을 요구해 파문이 계속 번지고 있다.

민주노총측이 제공한 현장 녹화 테이프를 보면 도대체 어느 나라 경찰인가 싶을 정도다. 곤봉과 방패로 노조원들을 마구 때리고 누워 있는 사람을 군화발로 짓밟았다. 순식간에 도로는 얼굴.머리가 피범벅된 노조원들로 수라장이 됐다.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경찰이 이처럼 무자비하게 진압작전을 펴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광경의 연속이었다.

당시 노조가 회사측을 상대로 낸 노조사무실 출입 및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노조원 회사 진입은 합법적 행위였다. 현장에서 민주노총 소속 변호사가 확성기를 통해 법원의 결정 내용을 알려주며 병력 철수를 요구했는데도 경찰이 이를 무시해 버렸으니 법을 지켜야 할 경찰이 법 집행을 방해한 셈이다.

경찰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시위대가 사태를 촉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산작전에 앞서 전경 10여명이 시위대에 끌려가 방패와 헬멧 등 시위진압 용구 1백여점을 빼앗기고 무장해제 상태에서 구타당하는 바람에 전경들이 흥분된 상태였다는 게 경찰 주장이다.

특히 경찰 병력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침을 뱉는 등 노조원들이 먼저 전경들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경찰의 과잉진압은 권위주의 정권의 유물이다. 또 이성을 잃은 공권력은 더 이상 공권력일 수 없다. 특히 시위 현장에서 전경들의 흥분이나 과잉진압 행위는 또 다른 범법행위다. 그러므로 철저한 교육.훈련과 현장 지휘관의 능력 배양 등으로 다시는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함은 물론이다.

아울러 공권력은 원칙과 기준에 따라 일관성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수뇌부 개인의 성향이나 지휘 방침.기분에 따른 고무줄 법집행은 안된다는 의미다. 여경들을 시위대 전면에 내세운 스마일 작전을 폈던 때가 불과 며칠이나 지났다고 폭력 진압으로 말썽이 일어나는가. 이번 대우 노조원 과잉진압 사태도 최근 화염병이 다시 등장한 후 경찰이 마련한 시위대 강경대응 방침에 따른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아울러 노조원들이 경찰을 폭행하는 광경은 전혀 없이 경찰이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 위주로 편집한 테이프를 제작.배포함으로써 당시 상황을 일방적으로 몰고가려 한 의도가 있다는 경찰의 주장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폭력을 휘두른 경찰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의도적으로 사태를 몰고가는 것 역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사실 여부를 엄격히 규명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공권력의 횡포도 문제지만 공권력이 지나치게 위축돼 제 구실을 못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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