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라 뛰는 선수들, 꽉꽉 차는 관중석 … 시범경기가 뜨겁다, 올 야구판이 심상찮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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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시범경기 맞아?” 14일 프로야구 시범경기 두산과 LG의 경기를 보기 위해 서울 잠실구장을 찾은 야구팬 이민기(35)씨는 관중석을 보고 깜짝 놀랐다. 경기 30분 전 이미 내야 관중석 전체가 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외야석에 앉은 이씨는 휴대전화로 광주구장의 KIA-롯데전 문자중계를 보다 또 한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KIA 선발투수 양현종이 7회까지 던지고 있었다.

시범경기가 이상하다. 말 그대로 ‘시범’일 뿐인데 관중이 몰리고 선수들은 정규시즌 경기처럼 죽기 살기로 뛴다. 인기가 높아지고 수준이 향상된 2010 시범경기만의 진풍경이다.

2010 프로야구가 시범경기부터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지난 주말 두산-LG의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구장에는 이틀간 3만 명의 관중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사진은 14일 1만8000명이 입장한 잠실구장 모습. [뉴시스]

◆프로야구 흥행 신기록 청신호=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기록원은 14일 잠실구장에 1만8000명의 관중이 운집한 것으로 추산했다. 무료 입장이라 관중수가 공식 집계되지 않지만 시범경기로는 역대 한 경기 최다 관중이 확실하다고 KBO는 설명했다. 이날 각각 7000명, 6000명, 3400명이 입장한 인천 문학, 대구, 광주구장 관중까지 합치면 역대 하루 최다인 3만4400명의 관중이 몰렸다. 전날에도 4개 구장에 2만6800명이 야구장을 찾는 등 이날까지 27경기에서 총 10만2550명의 누적 관중을 기록했다. 경기당 3798명으로 지난해 시범경기 평균 관중 1350명의 세 배 가까운 수치다.

관중이 모이자 응원 열기도 달아올랐다. 지난 6~9일 서울 목동구장에는 이례적으로 구단 공식 치어리더가 나와 응원 연습을 했고, 14일 문학구장에는 팬클럽 자체 응원단장이 나와 응원을 이끌었다. 관중석 열기로는 포스트시즌도 부럽지 않았다.

◆투고타저 예고=경기 내용도 정규시즌 못지않았다. 잠실 라이벌 두산과 LG는 14일 9회까지 8-8 접전을 벌인 끝에 두산이 끝내기 밀어내기 사구로 역전승을 거뒀다. 박명환·봉중근(이상 LG), 김선우·장민익(이상 두산) 등 양팀 에이스와 기대주가 총출동했다. 최고 인기구단 롯데는 5승1패로 시범경기 선두를 달리고 있고, 두산 김현수는 타율 1위(0.435), 롯데 이대호는 홈런 1위(3개)로 일찌감치 방망이에 불을 붙였다.

지난해 챔피언 KIA는 연일 시범경기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투수 운영을 선보였다. 선발투수들이 4이닝 안팎을 소화하며 컨디션을 점검하던 관례와 달리 6~7이닝까지 던지게 했다. 14일 선발 등판한 양현종은 7회까지 던졌고 전날 선발 로페즈도 6이닝을 소화했다. 삼성 외국인 투수 크루세타도 2경기에서 11이닝을 책임졌다.

이들이 이처럼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투구수가 적었기에 가능했다. 80~90개면 대개 5~6이닝 정도 소화하는데 양현종은 86개로 7이닝을 던졌다. 그만큼 구위가 좋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올해부터 좌우로 공 반 개씩 정도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의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올 시즌 ‘투고타저’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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