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우승 뒷얘기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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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레드삭스의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우승은 86년만의 '사건'으로 불리면서 경기장 안팎에서 숱한 얘깃거리를 낳았다.

이번 월드 시리즈의 가장 큰 화두는 과연 '밤비노의 저주'가 풀리느냐는 것이었다. 보스턴이 지난 1918년 전설적 야구스타인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즈로 보낸 이후 그 저주 때문에 86년간 월드시리즈 우승의 중요한 고비마다 쓴 맛을 봐야 했는데, 이번엔 과연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인가에 팬들의 관심이 쏠렸다. 보스턴이 포스트시즌에서 뉴욕 양키즈를 꺾고 파죽지세의 4연승을 올린 뒤 월드시리즈에 진출했기에 보스턴 팬들의 기대는 더 컸다.

보스턴의 승리 질주가 계속되면서 언론은 저주가 풀릴 것이란 징조들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먼저 '부러진 이'. 보스턴은 지난달 2일 개번(16)이란 소년이 매니 라미레스의 타구에 맞아 이 2개가 부러진 뒤 막판 10연승을 달렸다. 그런데 개번이 살던 집이 바로 '밤비노 저주'의 주인공 베이브 루스가 1916년부터 26년까지 살았던 서드베리 더튼로드 558번지였다는 것이다. 루스의 집에 살던 소년의 이가 부러졌으니 저주도 힘을 잃었을 것이란 분석이었다.

개기월식도 가세했다.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보름달이 완전히 사라지는 개기월식이 일어났다. 월드시리즈가 열릴 때 개기월식이 생기는 것은 메이저리그 사상 처음. 길조라고 풀이하던 이들은 "죽은 이들의 영혼이 집으로 돌아온다는 할로윈 축일을 앞두고 밤비노가 보스톤을 찾아 작별을 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때론 악재도 호재로 둔갑했다. 포스트시즌 1차전에서 3이닝 6실점으로 최악의 투구를 한 커트 실링. 그는 진통제를 맞고 등판한 6차전에서 오른 발목을 꿰맨 상처에서 피가 번져 그의 양말은 레드삭스가 아닌 '블러드 삭스'가 됐다. 팬들은 "레드삭스가 아니니 저주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미국의 한 언론은 주가 상승을 기대한다면 보스턴보다 상대팀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응원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CNBC 방송에 따르면 2차 대전 이후 보스턴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우승을 놓친 경우는 1946년, 1967년, 1975년, 1986년 등 총 4차례다. 이 중 1967년을 빼면 나머지 해에는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4분기에 올랐다는 것이다. 반면 1903년부터 1918년까지는 보스톤이 5차례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모두 우승을 차지했는데 다우지수가 3차례나 하락했다.

미국 프로야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승부답게 미 최고통치자인 대통령과 관련한 분석도 등장했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의 전략가인 샘 스토발은 월드시리즈 우승팀의 유니폼 색깔과 대선 결과와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파란 유니폼을 입은 팀이 우승할 경우 민주당 후보가 탈락하는 경향이 높다고 밝혔다. 보스턴은 빨간 계통의 유니폼이니 존 케리 민주당 후보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었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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