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싸울 일 연말까지 줄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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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남중국해에서의 비행기 공중충돌 사고로 빚어진 미.중 갈등은 올해 미국과 중국이 다뤄야 할 중요 사안들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빠른 속도로 해결된다 해도 중남미를 순방 중인 장쩌민(江澤民)주석의 귀국일인 17일 이전에는 결론이 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중국은 후계구도를 결정지을 중국 공산당 16차 당대회가 1년 앞으로 다가온 민감한 시점이다. 따라서 차기 주자들 격인 정치국 7인 상무위원들은 정치생명을 걸고 독자적인 해결방안을 내놓기보다는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18일에는 유엔인권위가 미국이 주도한 대중국인권비난 결의안을 표결한다. 중국이 표결 결과 이전에 이번 사건을 해결할 이유가 없다.

중국은 당연히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줄 알면서도 시간벌기 차원에서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장기간 진행할 공산이 크다.

미.중 갈등의 더 큰 복병은 이달 하순에 시작될 미국과 대만간 연례 군수회의다.

천수이볜(陳水扁)대만 총통이 부시 행정부에 요구한 30여개 항목의 무기판매 여부가 이번 회담에서 결정된다.

중국은 이중에서 특히 ▶네척의 이지스함▶네척의 키드급 구축함▶대잠 P3초계기 등 첨단 무기의 대만 판매에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만약 1982년의 미.중 협정대로 미국이 전년도 수준으로만 대만에 무기를 팔겠다고 하면 미.중은 극적인 화해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미.중간의 갈등은 일차적으로 이달 말까지가 고비다.

4월을 넘기면 그 다음부터 양국 관계는 장애가 첩첩하다.

5월 7일은 미군기가 유고 베오그라드에 있는 중국 대사관을 오폭한 지 2주년이 되는 날이다. 6월 3일이면 지난해 미 의회가 중국에 대해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를 인정한 지 1년이 된다.

미 의회는 다시 1년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서로가 주거니 받거니 상대방을 공격할 건수가 있는 것이다.

7월 13일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모스크바에서 2008년 여름 올림픽을 개최할 도시를 결정한다. 중국은 베이징(北京)유치를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 왔다.

하지만 이것도 미국이 반대하면 불가능해진다. 10월에는 상하이(上海)에서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가 예정돼 있고 양국관계가 이때까지 냉랭하면 부시 미 대통령이 불참할 수도 있다.

또 12월 이전에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협상을 최종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양국이 결국 4월 중에 갈등을 해소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뒤로 미룰 경우 넘어야 할 산이 점점 더 가팔라지기 때문이다. 양국이 과연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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