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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지식인 지도] 반세계화 행동대 NG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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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새로운 세기를 맞이해 비정부기구(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s)의 반(反)세계화 바람이 거세다. 국가권력과 시장권력에 대항해 시민권력을 표방하는 NGO들은 전지구적으로는 물론 국내에서도 이른바 '제5의 정부' 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서 세계화를 반대하는 투쟁을 하고 있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으나 NGO가 사회적으로 주목되기 시작한 것은 서구의 경우 대략 1960년대 이후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컨슈머 인터내셔널(60년).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61).코먼 코즈(70). 그린피스(71).진보통신연합(90)과 같은 소비자.인권.정치개혁.환경.정보통신 NGO들이 바로 이 시기에 결성됐으며, 이외에도 여성. 교육.문화.언론.아동.지방자치 문제 등 모든 사회 이슈들을 다루는 크고 작은 NGO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다.

미국의 랠프 네이더는 이런 NGO를 대표하는 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다. 그는 65년 『어떤 속도에서도 안전하지 않다』는 책에서 제너럴 모터스(GM)에서 생산한 자동차인 코르베트의 안정성을 고발함으로써 미국 NGO의 대부로 떠올랐다.

이후 그는 소비자운동은 물론 콩그레스 워치(71)를 설립하는 등 40여 개의 NGO를 주도해 왔으며, 지난 대선에서는 녹색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해 다시 한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서구사회에서 이런 NGO의 등장은 무엇보다 전후 복지국가의 위기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현재 두 시각이 존재한다. 우파에서 시장을 보완,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수단으로 NGO를 고무해 왔다면 좌파에서는 NGO를 권력의 집중과 관료제의 심화에 대항, 시민사회를 재정치화하려는 시도로 이해해 왔다.

한편 제3세계 NGO의 역사는 상대적으로 짧다. 50~60년대 원조 프로그램이 본격화하면서 몇몇 NGO가 등장했지만 대체적으로 80년대 민주화 물결과 함께 시작된 정치적 개방 속에서 새로운 NGO들이 대거 결성됐다.

제3세계 NGO의 중요한 특징은 환경.여성.인권을 다루는 서구와 유사한 '전문적 NGO' 와 다양한 이슈들을 망라하는 '종합적 NGO' 가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경우 참여연대와 경실련으로 대표되는 종합적 NGO의 등장은 민주주의 공고화가 지연되고 정당정치의 발전이 여전히 더디다는 점에 기인한다.

현재 전지구적으로 NGO의 정확한 규모는 파악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국가마다 크고 작은 NGO가 수많이 존재하고 있으며, 따라서 그 규모를 정확히 추정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의 경우 99년 지부를 포함해 2만개가 넘는 NGO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NGO보다 그 범위가 넓은 비영리조직(NPO:Non-Profit Organizations)의 경우 일본은 34만개, 미국은 1백14만개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제 NGO의 경우 90년대 후반 현재 5천개가 넘는 단체가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세계화가 NGO에 미친 영향은 두 가지다. 우선 정보통신의 세계화는 '글로벌 시민사회' 를 태동하게 했으며, NGO의 다양한 국제 활동을 자극하고 촉진해 왔다. NGO의 고유 의제들인 환경.평화.여성.인권 등이 기존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초국적 이슈들이라는 점에서 세계화는 NGO의 전지구적 성장과 연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왔다.

이런 전지구적 연대 가운데 특기할 만한 것은 다국적 금융자본 규제를 위한 NGO의 활동이다. 구체적으로 '시민지원을 위한 금융거래 과세연합(ATTAC)(http://www.attac.org)' '주벌리 2000(http://www.jubilee2000.org)' 등의 국제 NGO들은 투기자본을 규제하기 위한 정부간 연합 정책과 토빈세(투기성 단기자본이 국경을 넘을 때마다 부과하는 세금.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이 제안했다) 실시를 주장하며, 극빈국 외채탕감 운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프랑스의 베르나르 카상(시민지원을 위한 금융거래 과세연합 대표)과 이그나시오 라모네(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주필), 미셸 초스도프스키(캐나다 오타와대 교수), 필리핀 출신의 월든 벨로(남반부 포커스 집행위원장), 인도 출신의 자그디시 바그와티(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등은 이러한 NGO 활동을 주도하거나 지원하는 대표적인 지식인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 신자유주의의 세계화는 시장 논리에 의한 '시민사회의 식민화' 를 가속화함으로써 NGO 활동의 주요 원천인 시민사회의 사회적 연대를 빠른 속도로 침식하고 있다.

현재 세계화가 낳고 있는 '20대80 사회' 는 국민경제와 계급구조를 양분화하고 시민사회의 분절화를 증대시킴으로써 민주주의의 사회적.문화적 자원을 고갈시키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세계화가 하나의 상수(常數)라면 NGO는 이 상수의 경로를 부단히 수정하고자 하는 변수(變數)이다. 국내적으로 참여민주주의를 확장하고, 전지구적으로 인간적인 세계화를 성취하고자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모든 NGO들의 궁극적인 이상이다.

중요한 것은 세계화가 불가피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경로는 예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NGO들의 집합적 헌신을 우리가 얼마나 신뢰하고 동참하느냐에 따라 그 경로는 민주적이 될 수도, 야만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

▶NGO-시민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박원순 지음, 예담, 1999년)

▶세상을 바꾸는 세계의 시민단체(함께하는 시민행동 엮음, 홍익미디어 CNC, 99년)

▶NGO의 시대(조효제 편역, 창작과비평사, 2000년)

▶NGO란 무엇인가(김동춘 외 지음, 아르케, 2000년)

▶글로벌 가버넌스와 NGO(주성수 지음, 아르케, 2000년)

▶NGO와 현대사회(박상필 지음, 아르케,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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