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관중 매너 · 시설 '낯뜨거운 테니스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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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잠자고 있는 전광판, 때가 눌러붙은 관중석 의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울려대는 휴대폰 벨소리.

인도네시아와의 데이비스컵 예선 플레이오프가 벌어진 올림픽 공원 센터코트는 테니스협회의 무관심과 일부 관중의 무신경으로 국제대회 경기장이라고 말하기에는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슈테피 그라프(독일)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열전을 벌였던 센터코트에는 전광판 4대가 설치돼 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작동을 멈췄다. 고장이 난데다 비용문제로 가동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결국 코트 양쪽에서 손으로 점수판을 붙였다. 하지만 진행요원 훈련 부족으로 제때 점수판이 바뀌지 않았다. 참다 못한 테니스협회 관계자가 "점수판을 제대로 붙여라. 이건 국제경기다" 라며 호통치기도 했다.

센터코트 바닥 일부분은 관리가 제대로 안돼 부풀어 오른 곳도 있었다. 바운드에 문제가 있어 경기 전 선수들로부터 지적도 받았다. 겨우내 먼지가 쌓여 털썩 관중석에 앉은 사람들의 옷은 시커멓게 때가 묻었다. 이들은 "최소한 물청소라도 해놓는 것이 관중에 대한 예의가 아니냐" 며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게다가 일부 관중은 휴대폰을 꺼놓지 않아 경기 흐름을 끊어놓았다. 지난 2월 뉴질랜드와의 예선 때도 한국을 찾았던 인도 출신 심판 쿠니어 굽타는 "휴대폰 벨소리는 아직도 들린다" 고 꼬집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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