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부진 학생 지도 성공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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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대부분의 학교가 보충수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학습부진 학생과 학부모가 보충수업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부진아' 로 낙인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서울 A중학교의 경우 열등반의 느낌을 없애기 위해 '홀인원반' 이라는 이름까지 붙였지만 보충반에 들어가기를 거부한 학생이 25%였다.

이런 가운데 서울 서초구 잠원동 경원중학교는 학습부진 학생과 학부모의 거부감을 최소로 줄이는 독특한 지도 방식을 1999년부터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 철저한 비밀보장〓보충지도를 받는다는 사실은 학급 친구들은 물론 담임교사도 알 수 없다. 모든 보충지도는 다른 학생들이 모두 하교한 뒤에 이뤄진다.

장소도 교실이 아니라 학생상담실 등 다른 학생.교사가 없는 곳이다.

지난 3월엔 학습 부진아를 판별하기 위한 교육청 진단평가를 전교생이 받았다. 성적이 '가' 이하인 학생만 보는 시험이지만 해당 학생 61명이 노출되지 않도록 1천40명 전원이 보게 했다고 학교측은 설명했다.

◇ '부진아 반' 개념 없애〓3학년 金모(15)군은 자신이 지난 1년 동안 학습 부진으로 지도받았다는 사실을 아직도 모른다. 해당 학생에게도 학업부진 때문에 특별지도 받는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 방침 때문이다.

부진아로 꼽혔다는 사실 때문에 학습의욕을 잃는 것을 염려해서다.

◇ 1대1 지도〓교사가 학생을 1대1로 지도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수업시간에서 수업방법까지 모든 것을 교사와 학생 두 사람이 의논해 결정한다. 둘만의 수업이기 때문에 간식을 나눠먹고 개인적 고민도 털어놓는 등 친밀한 관계가 가능하다.

◇ 학부모 신뢰〓학교의 보충수업보다 학원.과외 등 사교육 선호 학부모들을 설득하는 것도 학교의 몫이다.

대상 학생을 가장 잘 아는 담당교사가 직접 지도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수시로 학부모에게 교육 취지와 내용을 설명한다.

조정자(60)교장은 "평준화 교실에서 서로 능력이 다른 학생이 함께 공부하려면 보충수업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며 "학부모의 이해 없이는 보충지도가 불가능하다" 고 말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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