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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국·NGO 비판 수용해야 G20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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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가난한 나라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한국은 세계 정상들이 가난한 나라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이상적인 장소입니다.”

세계적 구호단체인 옥스팜 인터내셔널의 제러미 홉스(51·사진) 사무총장은 “(올해 11월)서울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개발도상국을 도울 수 있는 방안들이 활발히 논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G20 정상회의가 선진국 위주의 G8(주요 8개국)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모임인 만큼 회원국만의 폐쇄적 모임을 경계해야 한다”며 “G20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비정부기구(NGO) 등의 건설적 비판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개방적인 구조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G20 의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한 홉스 사무총장을 최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2001년부터 옥스팜 인터내셔널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국제 원조를 확대하고 원조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한국의 비영리 사회적 기업 ‘아름다운가게’의 모태인 옥스팜은 세계 빈곤 퇴치와 불공정 무역 해소에 앞장서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G20정상회의에서 한국에 기대하는 역할은.

“한국은 G8에 속하지 않은 국가 중 처음으로 G20 정상회의를 주재한다. 선진국 위주의 G8의 편향을 시정할 기회를 잡은 것이다. 한국은 이번 회의가 공정하고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G20회의를 성공적으로 열려면.

“G20회의가 회원국 정부만 참여하는 폐쇄적 모임이 된다면 미래가 없다. 비회원국이나 비정부기구(NGO) 등이 목소리를 내고 건설적 비판을 할 수 있을 때 더욱 풍성해지고 더 강력한 기구로 거듭날 수 있다. 만약 G20회의가 비판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시민단체 등이 과격화돼 국제 협의체로서 G20의 위상은 추락할 것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덴마크 정부가 비밀 기후변화 협약 초안을 만들었다가 들통나 회의가 파경으로 갈 뻔한 걸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했다.

“한국의 DAC 가입을 환영한다. 국제사회는 원조를 더 늘리는 한편 원조의 질을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 정부가 부가가치가 높은 원조 프로그램을 운영해 효과적인 원조 정책을 개발하길 바란다.”

-한국 정부는 원조를 늘리는 한편 그 효과를 높이는데 관심이 많다.

“원조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먼저 조건이 없어야 한다. 선진국들의 원조가 실패한 이유 중 하나는 수혜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니라 원조국이 지원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실행한 데 있다. 수혜국 입장에서는 우선순위에서 뒤지는 일들이 일방적으로 실행돼 효과가 반감됐다. 한국은 경제발전 과정에서 의무교육을 실시해 큰 효과를 봤다. 한국의 이런 경험은 개발도상국들을 도울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한국은 과거 경제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새마을운동 등 ‘한국적 원조 모델’을 개발하는 데 관심이 많다.

“한국적 모델을 개도국에 일방적으로 이식하는 건 좋지 않다. 개도국 정부와 시민단체들이 주인의식을 가져야 원조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의 저소득자를 위한 소액 대출이 효과가 있다 해서 모든 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 나라 고유의 전통과 생활습관 등을 고려해 수혜국 국민이 적절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도와야 한다.”

글=정재홍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옥스팜=전세계 100여 개국에서 3000여 개의 구호기관과 협력해 빈민 구제 등을 하는 국제 구호단체. 옥스퍼드대 학술위원회의 머리글자(Ox)와 기근(Famine)의 앞글자를 땄다. 전세계 1만5000여 개의 점포에서 기부받은 물품을 팔거나 모금을 통해 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초기에는 기아 구제에 초점을 뒀으나 점차 빈곤·기아의 근원적 해결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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