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충돌사건 '미 애태우기'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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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국은 이번 충돌사건에 대해 '시간은 중국편에 있다' 고 보고 있다.

중국 외교부 쑨위시(孫玉璽)대변인은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의 유감표명에 화답해 5일 "문제 해결을 위해 정확한 방향으로 나가는 한 걸음"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군 승무원 24명과 정찰기를 확보하고 있어 서두를 필요가 없다. 정찰기를 자세히 조사할 필요도 있지만 4월 말로 예정된 미.대만간 무기판매 협상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서라도 시간을 끌어야 할 입장인 것이다.

이를 입증하듯 장쩌민 주석은 당초 5일로 예정됐던 남미순방 일정을 앞당겨 4일 출국했다. 중국 외교 총책은 중국공산당 외사공작 영도소조의 조장인 江주석이다. 주룽지(朱鎔基)총리나 리펑(李鵬)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장이 대신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江주석이 돌아올 17일까진 사건을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또한 승무원의 조속한 인도를 요구하는 미국에 대해 실종된 중국 조종사에 대한 수색작업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같은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종 조종사의 시체가 발견돼도 또다시 애도 기간을 선포해 시간을 끌 공산이 크다. 이같은 추모 기간에 중.미 협상은 열리기 어렵다.

중국은 또 미국에 사과와 배상을 요구 중이다. 사과는 각종 형식을 빌려 빨리 이뤄질 수 있지만 추락 전투기와 인명 사망에 대한 배상은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

결국 중국은 최대 관심사인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판매와 관련, 만족할 만한 답변을 얻기 전엔 이번 사건을 쉽사리 종결짓지 않고 시간을 끌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미 승무원에 대해 면책특권이 없다며 체포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미국 골탕먹이기'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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