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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대선 톨레도-플로레스 각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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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임기 5년의 새 대통령을 뽑는 페루 대선이 오는 8일 페루 전역에서 실시된다.

이번 대선은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블라디미로 몬테시노스 전 국가정보부장의 야당의원 매수사건 파장으로 물러나면서 야당과 합의해 실시되는 것이다.

총 여덟명의 후보가 출마한 선거에서는 현재까지의 각종 여론조사 결과 원주민 출신인 '페루의 가능성' 당의 알레한드로 톨레도(56)후보와 국민단합당의 로우데스 플로레스(42.여)후보가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톨레도가 당선하면 1821년 페루 독립 이래 선거를 통해 집권하는 첫 인디오 출신 대통령이, 플로레스가 이기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다.

◇ 2파전 경합〓여론조사 전문회사인 CPI 등의 조사에 따르면 톨레도 후보는 29~32%, 여성의원인 플로레스는 23~32%, 아메리카 인민혁명동맹(APRA)의 알란 가르시아 후보가 15~17%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하지만 선거 막판으로 접어들면서 후보들의 지지율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톨레도 후보는 인디오들의 열망을 바탕으로 초기에 기세를 올렸지만 1998년 후지모리 정권하에서 정보기관에 납치돼 포르노 사진을 찍혔다는 설과 매춘 여성과의 관계를 숨기기 위해 자신이 납치설을 퍼뜨렸다는 설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지지율이 답보상태에 머무르는 등 막판 곤욕을 겪고 있다.

약진하던 플로레스 후보도 톨레도에 대한 악성루머를 퍼뜨린 장본인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다.

덕분에 흑색선전전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가르시아 후보에게 돌아서 가르시아가 막판에 약진하고 있다는 분석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1차 투표에서는 아무도 과반수를 얻지 못해 결국 2차 투표에서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 두 후보 모두 개혁성향〓현재 지지율 1, 2위를 달리고 있는 톨레도와 플로레스는 모두 개혁적 성향에 인기가 높아 페루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구두닦기 소년이었던 톨레도는 미 스탠퍼드대 경제학박사, 하버드대 교환교수, 세계은행 관리로 자수성가한 성공신화의 주인공답게 경제 재건과 빈곤 추방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인디오와 빈민층, 대도시 중산층 등은 '인디오의 대변자' 를 자처하는 그를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반면 유복한 백인집안 출신으로 90년 하원의원에 당선한 뒤부터 후지모리 정권의 독재 타도에 앞장서왔던 플로레스는 '안정 속의 개혁' 을 앞세워 여성과 중산층을 파고 들고 있다. 그녀는 유세 때마다 "여성은 쉽게 부패하지 않는다" 며 참신성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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