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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의 지적 풍요, 잘 차려진 한정식 같아”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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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스타벅스 반포역점에서 만난 마승철·윤혜영씨 부부가 일요일처럼 신문을 펼치고 마주 앉아 포즈를 취했다. 마씨는 “인터넷 뉴스가 패스트푸드, 일간지가 정식이라면 중앙SUNDAY는 잘 차려진 한정식 같다”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중앙SUNDAY가 창간 3주년(3월 18일)을 맞았습니다. 3년을 넘긴 신문·잡지는 숱하게 많습니다. 하지만 중앙SUNDAY의 의미는 좀 특별합니다. 신문·잡지를 통틀어서 한국에서 일요일 아침에 배달되는 유일한 매체이기 때문입니다. 중앙SUNDAY가 3년을 이어오는 동안 알게 모르게 독자들의 일요일에도 작지만 큰 변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앙SUNDAY의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새로운 일요일을 맞고 있는 독자 5명을 만나봤습니다. ‘대한민국 일요일을 바꾸겠다’는 창간 약속이 지켜졌는지 들었습니다. 3주년 기념호, 157번째 중앙SUNDAY는 이들의 새로운 일요일을 소개합니다.

● 글맛과 커피 어우러진 느긋한 브런치

마승철(50·㈜오크라인 대표)·윤혜영(48·주부)씨 부부의 집에 배달되는 신문은 중앙SUNDAY뿐입니다. 일간지는 구독하지 않습니다. 남편은 사무실에 배달되는 신문으로, 아내는 인터넷과 방송 뉴스로 매일의 뉴스를 봅니다. 그래서 일요일이 특별하답니다. 부부는 일요일 아침이면 집 앞 커피숍에서 간단하게 식사하며 중앙SUNDAY를 펼쳐 듭니다. 미국 MBA 유학 시절 가판대에서 산 신문과 함께 커피숍에서 오전을 보냈던 옛 습관이 되살아났답니다.

“집에는 각자의 영역이 있잖아요. 저는 부엌에 있고, 남편은 거실에 있는 식으로요. 그러면 신문을 봐도 대화가 없어요. 하지만 커피 한 잔 놓고 마주 앉으면 ‘여보, 이거 읽어봐’라든지 ‘이 필자의 말이 맞는 것 같네’ 이런 식으로 얘기가 이어져요. 중앙SUNDAY가 없을 땐 아이들 얘기가 주였지만, 이젠 대화할 소재가 넓어진 거죠.” (윤혜영)

“집에서는 한두 줄 읽다가 던져버리기도 하고, TV를 보기도 하잖아요. 커피숍에 앉아 읽으면 집중도 되고 신문의 글이 커피 맛, 창 밖의 풍경과 섞이면서 생각의 폭이 확장된다고 할까요. 책도 집에서 읽은 것보다는 비행기나 기차에서 읽은 것이 많이 남더라고요.”(마승철)

함께 보지만 부부가 즐겨보는 기사는 다릅니다. 트렌드와 문화에 관심이 많은 아내는 S-Magazine을 먼저 챙깁니다. 특히 ‘김상득의 인생은 즐거워’가 “굉장히 재밌다”며 꼭 읽는답니다. “월요일 아침엔 사무실에 들고 나가 모든 기사를 읽는다”는 남편 마씨는 즐겨 본 칼럼으로 ‘잭 웰치 부부의 성공 어드바이스’를 꼽았습니다. 구체적인 질문과 해결책이 제시돼 경영학 서적과는 다른 방식으로 경영에 도움이 됐다네요. “커피 한 잔을 마셔도 3000~4000원인데, 이건 (중앙SUNDAY) 정보에 비해 너무 싸다”는 부부에게 어떤 기사를 보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오래 담아둔 아이디어인 듯 구체적인 답이 돌아오네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명문 대학이라고 하면 한국의 서울대, 연·고대, 미국의 아이비리그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상대·의대 가야 성공한다고도 하고요. 하지만 학문의 기반은 인문학이고 갈수록 중요해요. 똑똑한 아이들이 학부에서 인문학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엔 그래서 리버럴 아트 칼리지(Liberal Art College·인문대학)라는 게 있는데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이런 학교 소개를 통해 교육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면 어떨까요.”

● 다 읽고 난 뒤에도 보관하고 싶은 신문

정의화 의원

“대략 11면까지 정독하면 서울에 도착해요. 지난주 신문(156호)에서는 시카고대 루카스 교수와의 대담이 인상적이었죠. 제가 의사 출신이다 보니 뇌 지도나 낙태 문제에 관한 기사도 관심 있게 읽었습니다.”

한나라당 정의화(62·4선·부산 중-동) 의원이 중앙SUNDAY를 만나는 곳은 비행기 안입니다. 주말마다 지역구를 찾는 그는 일요일 저녁 서울행 비행기에서 신문을 펼친답니다. “심층적인 내용 때문인지 책을 읽는 느낌이 들어요. 현대인이라면 갖춰야 할 지식을 가득 담으면서도 지루하지 않고 흥미로워요. 좌석에 앉아 보기에 크기도 딱 알맞고요. 들고 펼치면 어깨 넓이라 불편함이 없어요.”

정 의원에게 중앙SUNDAY는 세 가지 즐거움을 준다고 합니다. “비행기를 타기 전엔 볼 수 있다는 설렘이, 그리고 신문을 집어 드는 순간엔 품격이 느껴져요. 서울에 도착하면 미처 못 읽은 기사 때문에 보관하고 싶은 생각이 들죠.”

정 의원은 지난해 말 ‘자원 전쟁’을 다룬 스페셜 리포트 얘기를 꺼냅니다. 그중에서도 같은 당 이상득 의원의 볼리비아 특사 활동을 꼼꼼히 읽었답니다. 2005년부터 한국·폴란드 의원친선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의 눈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는 기사겠지요. 정 의원은 또 “신문의 디자인이나 편집·사진도 다른 신문에선 볼 수 없던 품격이 있다”고 평가합니다. 정 의원이 이렇게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약 40년 전 부산대 의대 예과 시절 학보사 사진기자였다네요. “1면 담당 기자와 함께 다니며 글도 썼다”는 그는 그때의 뜨거운 열정 때문인지 신문의 역할에 대해서도 자주 생각한답니다.

“방송의 자막뉴스만 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있어요. 어디서나 쉽게 뉴스를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그럴수록 목마름은 커져요. 책이든 신문이든 읽는다는 건 활자와 내 마음이 교감하는 거란 말이에요. 종이신문의 시대가 갔다지만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가치는 사라지지 않아요.”

중앙SUNDAY에 대한 바람도 빼놓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는 어떤 이슈가 생기면 법적 해결책이나 결과에 매달리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의학자나 과학자들은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이 무엇인지 먼저 살피죠. 중앙SUNDAY가 사회 문제에 대해 이런 방식으로 접근해줬음 좋겠어요. 성범죄자가 담을 뛰어넘고 도망하는 걸 보도하는 것이 일간지의 몫이라면 중앙SUNDAY는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진단해 치료하길 바라는 겁니다.”

● 미처 못 본 기사는 월요일 학교서 읽어

서명금 교사

서명금(55·서울 일원초등학교 교사)씨의 노트에는 중앙SUNDAY를 보고 생각한 점, 바라는 점이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평일엔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전자문서와 인터넷에 포위되잖아요. 일요일만은 종이 위의 활자로 글을 읽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죠. 그런데 좋은 신문이 나와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고 궁금한 것을 알려주니 이렇게 일요일이 지적으로 풍요로울 수가 없어요.”

일요일 아침이 되면 서씨는 거실에 앉아 쭉 신문을 훑습니다. 등산도 하고 약속도 있는 일요일이니 일단 ‘오늘 읽을 기사’를 챙겨두는 거라네요. 미처 다 못 읽을 땐 월요일에 학교에 들고 나가 마저 읽는답니다. 감성적인 기사에 특히 눈길이 간다는 그는 ‘여자 50세’를 다룬 스페셜 리포트가 인상적이었답니다.

“제가 50대잖아요. 자신감 있던 40대를 지나 50대가 되니까 쓸쓸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신문 기사가 이런 마음을 알고 격려해주는 것 같았죠. 성공을 비추는 것보다 용기를 주는 기사가 마음을 움직여요.”

서씨는 골프를 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스코틀랜드&웨일스 투어 에세이’를 재밌었다고 꼽네요. 스코틀랜드에 가보지 않고도 머릿속에 골프장 풍경이 그려져 매주 빼놓지 않고 읽었답니다.

그는 인터뷰 중 어린이신문을 꺼냈습니다. 아이들이 넓은 세상을 보고 읽는 습관을 들이는 데 신문 읽기만 한 교육이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중앙SUNDAY에 한 가지 주문을 합니다.

“인터넷 없이 자란 저희 세대는 일요일에 신문이 없는 것이 오히려 허전했지요.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신문을 안 봐요. 신문을 구독하는 집이 한 반에 절반 밖에 안 돼요. 사회교과서로 신문만 한 게 있을까 싶은데 말이죠. 교사로서 활자를 읽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감성은 완전히 다르다고 봅니다. 중앙SUNDAY에 어린이를 위한 지면을 만들면 어떨까요. 한 면이라도 가족이 모여 신문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건 미래 독자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요.”

● 따뜻한 사람 얘기, 차 한잔 같은 신문
장다은(29·큐레이터)씨는 서울역에서 우연히 중앙SUNDAY를 사서 읽었습니다. “내가 알던 신문이 아니었다”고 첫 느낌을 말합니다. ‘현대미술은 세상을 통해 읽는 것’이라는 걸 절실하게 느끼고 일간지·주간지와 문학 작품을 열심히 읽기 시작한 때였습니다.

“일간지 기사는 짧아서 생각을 길게 이어주지 못했어요. 주간지는 영화·음악·시사 등 특정 영역만 다루잖아요. 중앙SUNDAY는 긴 호흡으로 여러 가지 이슈를 다뤄주는 게 마음에 들었어요. 사람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의 단위가 7분이라는데 기사의 길이도 딱 맞는 것 같고요.”

큐레이터답게 그는 ‘문화강국 유럽, 정책 뜯어보기’ 시리즈를 흥미롭게 읽는다네요. S-Magazine의 한가운데, Gallery도 좋아하는 지면입니다. “갤러리를 찾아다니며 작품을 보기 쉽지 않은데 좋은 작품을 큰 이미지로 볼 수 있는 것이 만족스럽다”는 것이 그의 답입니다.

“따뜻한 사람 얘기가 많아 좋다” “종이 색깔이 따뜻한 느낌이다” “두고두고 음미할 수 있다” 칭찬을 늘어놨지만 그는 정기구독은 하지 않습니다. 못 읽은 신문이 쌓이는 게 부담스러워 가판대에서 신문을 사 본다네요. 중앙SUNDAY 파는 곳을 찾아 거리를 누빈 것도 여러 번이었답니다. “이 참에 정기구독해야겠다”고 한 장씨는 독자들이 더 쉽고 편리하게 중앙SUNDAY를 만날 수 있도록 가판대를 늘려줬으면 좋겠다는 충고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중앙SUNDAY는 ( )이다.’ 괄호를 채워달라는 뻔한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일요일 오후의 차 한 잔”이 그의 답입니다.

홍주희·임현욱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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