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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500선 무너지던 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주가가 500선 아래로 떨어진 4일 오전,대우증권 서울 종로지점.단 4명의 고객 만이 넋을 잃은 채 객장을 지키고 있었다.오후 들어서야 조금씩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으나 10명을 넘지 못했다.

“우리 지점에는 하루 평균 30여 명의 손님들이 객장을 지킵니다.그런데 오늘은 주가가 너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인지 썰렁합니다.”

조동신 지점장의 한숨이다.이날 대우증권 종로지점 직원들도 주식 매매체결이 거의 없는 데다 불티나던 문의전화조차 드물어 한가로운 모습을 보였다.객장에 있던 郭모씨(60)는 “정부의 증시안정 대책에 기대를 걸어봤지만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것 같다”며 “주가가 너무 내려 이제는 어설프게 손절매하기도 어렵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삼성증권의 한 지점에서도 마찬가지였다.평소 40명 가량이 객장을 찾던 것과는 달리 이날 15명 만이 주식 시세표를 지켜봤다.朴모 대리는 “정부대책에 대한 기대감보다 나스닥시장 급락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투자자 金모(54)씨는 “당장 환율이 급등하고 나스닥이 내려가는데 주가부양 대책이란 것이 맨날 똑같은 이야기 일색”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대우증권과 삼성증권 지점에서 보듯 증시가 무너지면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예전의 객장 분위기에서 요즘은 아예 썰렁한 것이 특징이다.그만큼 개인투자자들은 증시급락을 수도 없이 겪은 터라 면역이 생긴 때문이다.

인터넷 증권사이트에도 개인투자자들의 볼멘 소리가 터져나왔다.‘scmchoi’라는 아이디(ID)를 가진 사람은 “이미 일년 동안 증시는 하락을 거듭했고 절벽만 보인다.우리 개미들이 한시 바삐 증시를 떠나는 길만이 우리가 살 길”이라고 주장했다.

‘산초롱’이란 이름의 개인투자자는 “시장은 시장원리대로 놔두면 된다.정부의 인위적으로 개입해서 성공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시장의 반응이 냉담했던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2년여 만에 500선 아래로 내려갔다.외국인의 매수세가 형성된 포항제철을 제외한 삼성전자·SK텔레콤 등 핵심 블루칩의 주가가 하락했고 은행주·증권주도 대부분 내림세에 머물렀다.

코스닥지수도 심리적 지지선인 65선 아래로 떨어지며 지난 1월 10일(63.96)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매매가 극히 부진해 거래량은 2억주대에 머물렀으며 거래대금 역시 1조원에 미달했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정부대책이 기존 대책을 앞당긴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시장이 냉담하게 반응했다”며 “나스닥이 급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1년 뒤에나 가능한 연기금 추가투입이 무슨 효과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정선구·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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