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학부모는 전교조 가입 여부 알 권리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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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법제처가 그제 “교사들의 교원단체·노동조합 가입 실명(實名) 자료는 기본적 인권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교조 가입교사 명단 제출을 요구하는 국회의원들에게 곧 명단을 넘길 예정이다. 국회를 통해 일반인들도 내 자녀를 가르치는 교사가 어떤 단체에 가입해 있는지 알 수 있게 됐다.

학부모·학생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측면에서 명단 공개는 잘한 일이다. 학교별 교원노조 가입자 수는 이미 지난해부터 공개되고 있다. 우리는 전교조뿐 아니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자유교원조합·대한민국교원조합·한국교원노동조합 등 모든 조직의 가입 여부를 교육 수요자들이 파악할 권리가 있다고 본다. 전교조는 유권해석에 대해 “법제처가 전교조 탄압을 위한 도구임을 선언한 것”이라며 “교원이 어떤 단체에 가입해 있는지에 따라 교사의 교육내용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반발했지만, 현실이 과연 그런지 되묻고 싶다.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교사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제자들을 빨치산 추모 행사에 인솔해 가거나, 촛불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의 수행평가 점수를 높여주거나, 학력평가 시험을 치르지 말라고 종용하는 교사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내 아이를 맡긴 선생님이 어떤 단체에 가입해 있는지 궁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명단 공개가 학교 현장에서 분란 요소로 작용하거나 교사 개개인에 대한 ‘색깔 시비’로 번지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전교조는 최근 조합원 수가 7만 명 밑으로 줄었다지만 여전히 교사 다섯 명 중 한 명꼴의 막강한 조직이다. 불법단체도 아니고 비밀결사도 아닌 이상 명단 공개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전교조는 지난해 시국선언에 서명한 교사라며 4만 명이 넘는 명단을 공개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학력평가에 불복종한 교사라며 122명의 이름을 밝히기도 했다. 조직의 ‘투쟁전략’에 필요할 때만 명단을 동원할 게 아니라 전원을 떳떳하게 공개해야 맞다. 만일 공개 후 일부 학부모들로부터 기피당한다면 왜 그렇게 됐는지 조직 차원에서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