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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준화교육 4반세기] 5. 더 벌어진 교육 빈부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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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교육인적자원부가 3일 발표한 2000년 과외비(학원비 및 학습지 비용 등 포함) 실태조사 결과 지역간.소득계층간 과외비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남지역의 초.중.고교생 1인당 연간 과외비가 전국 평균의 세배에 이르는 등 과외비 규모가 학부모들의 소득수준에 따라 뚜렷하게 양극화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 모두에게 공평한 교육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시행하고 있는 고교 평준화 체제의 이면엔 이처럼 부모의 소득과 학력, 거주지역에 따라 교육기회에 있어 실질적인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 커지는 과외비 격차〓서울 강남.서초.송파지역과 다른 지역간의 초.중.고교생 1인당 연간 과외비 차이는 1999년만 해도 29만2천원이었다. 하지만 1년 사이에 격차가 1백47만5천원으로 크게 벌어졌다.

강남지역은 과외비가 한해 사이에 무려 94만3천원이나 뛰어 2백86만6천원이 된 반면 다른 지역은 과외비가 오히려 감소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지역의 과외비는 중.소도시의 2.7배, 읍.면지역의 3.5배에 달하는 것이다.

경기도 분당.일산 등 신도시 지역의 1인당 연간 과외비도 지난해 2백32만7천원으로 인근 중소도시의 두배 가량이다. 가구당 과외비 지출을 비교하면 강남지역이 평균 연간 4백38만원, 신도시가 4백41만원으로 전국 평균 1백84만원의 2.4배에 이른다.

자녀 교육을 위한 과외비 지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 증가하는 고액 과외〓갈수록 고액 과외 쪽으로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학습지 등 연간 30만원 이하의 비용이 드는 소액 과외는 줄어든 반면 연간 1백51만원 이상의 고액 과외 비중이 커졌다.

1백51만원 이상의 고액 과외 비중은 1999년 전체의 24.3%였으나 2000년엔 28.7%로 늘어났다.

특히 과외금지 위헌 결정이 난 지난해 5월 이후엔 고액 과외에 대해 세금을 물린다는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이 부담하는 과외비 부담은 더 커졌다.

개인.그룹과외는 위헌결정 이전엔 월 8만8천9백원(과외를 안받는 학생은 0원으로 계산)꼴로 부담했다.

그러나 헌재 결정 후 2만9천원이 뛰어 월평균 11만7천9백원을 부담하고 있다. 교육당국이 내놓은 정책으로는 고액 과외의 고삐를 잡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 상.하위 계층의 교육비 격차〓소득이 많은 도시근로자일수록 교육비 지출액이 많다.

통계청의 '도시근로자가구 2000년 가계수지 동향' 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인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교육비 지출액은 37만5천원으로 하위 10%의 교육비 지출액 5만8천9백원의 6.4배였다.

고소득층의 경우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교육투자 비율도 저소득층에 비해 높다. 상위 10%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액(3백6만7천3백원) 가운데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2.3%다. 반면 하위 10%의 경우 소비지출액(68만3천5백원) 중 8.6% 수준이다.

가구주가 대졸 이상인 도시근로자 가정의 월평균 교육비는 24만2천4백원(월평균 소비지출의 12.1%), 고졸 가정은 16만7천3백원(10.9%), 중졸 가정은 13만4천8백원(10.3%)으로 고학력 가정일수록 전체 소비지출 중 자녀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액수도 훨씬 많다.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송보경(宋寶炅)회장은 "외환위기 이후 장기간 경기불황으로 상위계층과 하위계층간에 벌어진 소득격차가 교육격차로 확대되고 있는 것" 이라고 분석했다.

강홍준.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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