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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된 뒤 1주일 동안 여중생은 살아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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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부산의 여중생 이모(13)양이 김길태(33)에게 납치된 뒤에도 일주일가량은 살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부검 결과가 나왔다.

11일 검찰에 따르면 이양의 시신을 부검했던 부산대 법의학연구소가 “이양의 사망시점은 지난 2~4일로 추정된다”고 부산지검과 경찰에 통보했다.

지난달 24일 실종된 뒤 7~9일 후 살해된 것 같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의 허술한 초기 수사를 지적하는 비난 여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찰의 김길태 검거작전이 실패한 지난 3일 새벽 5시 이후 이양이 살해된 것으로 조사될 경우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날 “이양에 대한 부산대 법의학연구소의 부검에서는 체온과 안구를 통해 사망시간을 측정하는 방법이 사용됐다”며 “정확한 사망시점을 알기 위해 정밀검사도 같이 실시했었다”고 밝혔다. 장기의 일부를 적출해 검사하는 정밀검사의 결과는 이르면 12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관계자는 “두 차례의 검사 결과를 종합해 분석하면 사망 날짜 정도는 특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경찰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검찰은 이양의 사망시점을 구체화해 줄 것을 수사팀에 지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부검 내용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은 부실 수사를 지적하는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이 처음부터 수사를 제대로 했다면 이양을 살릴 수도 있었던 것 아니냐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특히 김길태가 2001년 30대 여성을 9일간 감금해 놓고 성폭행한 점을 볼 때 이번에도 이양을 살해하지 않고 성폭행해 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양이 실종된 지 사흘 뒤인 지난달 27일부터 경찰이 공개 수사에 들어가면서 신변에 불안을 느낀 김길태가 이양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수사본부장인 김영식 부산경찰청 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부검의가 정확한 사망시점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며 “다음 주에나 확인이 가능할 것 같다”고 밝혔다. 

◆경찰 “필요 땐 흉악범 얼굴 공개”= 경찰이 앞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하기로 했다. 김중확 경찰청 수사국장은 11일 “피의자 얼굴 공개의 법적 근거가 되는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법 개정 이전엔 개정안에 있는 네 가지 기준을 참고해 사안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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