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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영향 당분간 '꽃샘추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9면

최근 주식시장은 연초의 높은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뀐 장세였다. 연초에 종합주가지수가 25%(코스닥주가는 80%)가까이 반등한 것은 지난 연말의 낙폭과대와 미연방준비위원회의 전격적인 금리인하로 인한 심리적 효과가 맞물려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2월 중순 이후 외국인 매수세가 둔화되고 시장체력이 약화되면서 주가가 다시 500대 초반으로 하락한 것은 이른바 경제적 측면의 내우외환(內憂外患)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멀어졌기 때문이다.

미국경제의 침체와 미국주가의 폭락 그리고 '잃어버린 10년' 을 보낸 일본경제와 엔화의 약세 등은 한국경제와 주식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외환(外患)이다. 여기에다 경제시스템의 불확실성과 정책신뢰의 상실, 현대문제에 대한 시장불신이라는 내우(內憂)에 둘러싸여 있다.

그렇다면 언제쯤 다시 기대감이 살아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분간 투자심리를 회복시킬 새로운 모멘텀이 나타나거나 주가를 부추길 만한 우호적인 시장환경이 조성될 것 같지는 않다.

최근 소비 및 투자심리가 회복되는 조짐이 있으나 심리회복으로 인한 내수경기회복의 정도는 미약하거나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과 일본의 경기둔화가 가속화되고 있고 세계적인 정보기술분야의 과잉투자로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엔저 영향 등으로 2분기부터는 수출둔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시장 여건과 증시수급 측면에서 보면 최근 전반적인 금리인하의 영향으로 늘어난 시중유동성은 국채와 투신MMF 등 안전자산으로만 이동하면서 회사채와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이동은 극히 제한적이다.

또한 1분기 중에 약 3조원의 주식을 순매수한 외국인 투자가도 한국경제에 대한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몸을 움츠리고 있다. 한국시장이 변동성이 높은 시장이라고 보기 때문에 4월은 외국인들이 한국시장에 드리워진 그림자의 크기를 확인하는 기간이 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필요시마다 연기금의 적극적인 시장 방어 역할이 기대되므로 작년 4분기에 형성된 저점은 당분간 견고하게 지켜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주가 5백선은 PER 8배(KOSDAQ 70P 기준 PER 17배) 수준에 불과해 우리 시장이 과거 10년간 가장 낮은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은 주식투자의 하방 리스크를 크게 제한하고 있다.

주가수준이 절대적 저평가 국면에 들어서 있고, 이미 작년에 주가 버블(Bubble)이 어느 시장보다 먼저 해소됐으며, 경기하락 리스크까지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시장이 반드시 비관적인 시나리오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미국이 추가적 금리인하와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하로 전세계적 금융완화 공조가 조성될 경우, 정부가 콜금리인하 등 경기부양책을 펼 여지도 남아있는 만큼 반전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전망이다.

더구나 IMF위기를 넘기면서 구조조정 노력과 채무경감, 주주중시의 경영을 위한 노력 등으로 과거 경기둔화 시기와 달리 매출과 수익구조가 개선된 기업들이 상당수 늘어났다. 이러한 사실은 경기하강으로 인한 전반적인 기업수익 둔화 추세(earnings shock)가 진정되는 시점에서 풍부한 시장 유동성을 배경으로 활발한 종목장세가 출연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지수상승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여건이라면 투자 종목 선정에 있어서는 좀 더 철저한 검증과 함께 경기관련주 보다는 경기방어적 가치주(Value Stock)와 코스닥 시장을 포함해 실적이 좋은 우량종목 중심의 투자가 유효한 전략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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