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생들은…] 下. 장래 준비 몰두하는 실용주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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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숭실대 창업동아리 회원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노트북 가방 제조.판매회사 C4글로벌의 목봉현 사장(왼쪽에서 둘째)이 임원인 친구.후배들과 제품의 디자인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변선구 기자

대학생들에게 대학 입학은 새로운 출발점일 뿐이다. 목적지는 취업이다. 남학생은 가급적 군 복무를 빨리 끝내고 복학해 곧바로 취업준비에 들어가는 게 일반화됐다. 이 때문에 군에 다녀오지 않은 저학년 남학생이 캠퍼스에서 줄고 있다. 중앙대 학보사는 올해 신입 회원 15명이 모두 여학생일 정도로 저학년 남학생의 지원이 없었고, 서울대 환경동아리 '씨알'은 1990년대 후반보다 여학생이 두배로 늘었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서울 소재 36개 4년제 대학의 순수 취업률(군 입대.대학원 진학 제외)은 60%다.

◆계층 상승을 꿈꾼다=대학생들은 미래의 나은 생활을 꿈꾼다. 생활 수준을 0단계에서 10단계까지 11단계로 나눌 때 대학생들의 현 생활 수준은 5단계인 중산층이 가장 많다(32.2%). 그러나 30년 뒤 50대 때의 기대치는 7단계(30.6%)로 올라갔다. 8단계 이상의 상류층을 꿈꾸는 대학생도 30%가 넘는다.

대학생들의 계층 상승 욕구는 눈앞에 닥친 취업난을 돌파해야만 한다. 부모까지 취업전쟁에 가세하고 있다. 연세대 학부모 400여명은 지난해 10월 정보를 교류하기 위해 고시반.유학반 등 4개의 동호회를 만들었다. 110여명의 회원이 있는 고시반 학부모들은 두 달에 한번 법대 교수.사시합격생 등을 초청해 고시 노하우를 듣는다. 한 학부모는 "대학생이 된 아이들을 따라다니며 뒷바라지하는 것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자식을 위해 '취업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준비'의 일상화=이화여대 1년 임모(18.경영학과)양은 지난해 11월 대학에 수시모집으로 합격하자마자 중국어 학원에 등록했다. 3개월 동안 배워 기초 회화가 가능하게 됐다. 최근에는 한자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중국어가 '뜨고' 있어 배워야겠다고 생각했고, 한자는 최근 입사시험에서 중요해진다는 얘기를 들어 공부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취업 준비가 부실한 4학년 대학생들은 좌불안석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펼친다. 인터넷에서 '후기(後記)'사이트가 인기를 끄는 것은 이 같은 불안감을 반영한다. 후기는 취업시험의 '족보'다. 학생들이 자신이 시험을 치른 기업의 면접 정보 등을 인터넷에 올려 회원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창업으로 돌파구=취업이 힘들어지면서 한때 그 대안으로 대학생들 사이에서 창업 붐이 일었다. 그러나 창업은 취업보다 성공 확률이 훨씬 낮다. 숭실대 손모(벤처중소기업학부4)씨는 대학 2년이던 2000년 선배.친구 등 5명과 음성인식 기술을 이용한 사업을 벌였다. 각종 창업 경진대회에서 상을 받아 자신감이 넘쳤고, 선배와 교수들로부터 시드머니(종잣돈)로 200여만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비슷한 사업 아이템을 가진 인터넷 회사들이 쏟아지고 팀원 간에 불화가 겹쳐 1년6개월에 걸친 프로젝트는 막을 내렸다.

그래도 도전은 계속된다. 숭실대.단국대 대학생 4명이 모인 C4글로벌은 지난 8월부터 노트북 가방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 회사는 노트북을 가방에서 빼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특허출원 중이다. 이 회사 직원들은 디자인 개발과 추가 투자금 마련을 위해 밤샘작업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국창업대학생연합회(KOSEN)에 따르면 창업 동아리 출신으로 2002년 창업한 208개 회사 중 지금 남아있는 회사는 31개에 불과하다. 창업의 기초를 익히기 위해 창업 동아리 활동을 하는 대학생 회원이 1만2000여명을 웃돌았으나 현재는 7000명으로 줄었다.

김승현.백일현 기자 <shyun@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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