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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를 준비하자] 6. 사회를 바꾸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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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백세 시대가 급속도로 진행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 사회는 50세 시대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책은 말할 것 없고 의식도 마찬가지다.

보건사회연구원(http://www.kihasa.re.kr) 정경희 노인복지팀장은 "사회 전반적인 기조가 변해야 한다" 면서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준비하지 않으면 초고령 사회가 큰 짐으로 다가올 것" 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40년 전부터, 일본은 20년 전부터 고령사회에 대비해왔다.

◇ 인식 전환 시급〓지금 초고령 노인은 사회에 부담을 주는 의존적인 존재로 인식돼 있다. 기본 인식의 틀이 부정적이다. 젊은 층은 '왜 우리가 노인을 책임져야 하는가' 라고 반문한다. 30, 40대는 정년 때까지 살아 남는 게 중요한데 한가하게 65세 이후를 걱정할 겨를이 없다. 한마디로 초고령 노인문제는 '나와 상관없는 일' 로 여긴다.

가족구조는 급속히 핵가족화하고 있다. 출산율은 떨어지고(여성 한명이 출산하는 아이수 1990년 1.59→99년 1.42명.통계청) 노인인구는 지난해 7%를 넘는 소산소사(少産少死)형 인구패턴이 자리잡고 있다.

박재간 노인문제연구소장(http://www.kig.or.kr)은 "1백세 시대에 95세 부모를 70세 아들이 부양할 수 있겠느냐" 면서 "손자들은 맞벌이를 하느라 부모와 조부모를 부양하지 않는다" 고 말했다. 초고령 사회가 오면 결국 가족이 아니라 사회가 돌볼 수밖에 없다. 보사연 정경희 팀장은 "사회 전반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고 말했다.

◇ 국민연금 보완 불가피〓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이 현행 틀을 유지하면 2030년에 당기적자가 발생하고 2048년에는 재정이 바닥날 것이라고 분석한다. 국민연금관리공단(http://www.npc.or.kr) 연금센터 김순옥 박사는 "보험료를 올리거나 연금 지급액을 줄이면 재정고갈 사태는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꽃동네 현도사회복지대학 정홍원 교수는 "보험료나 연금 지급액 조정은 쉽지 않을 것이며 노령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고 비판했다.

그는 퇴직금과 국민연금의 소득비례 부분을 합해 기업연금화하는 등 틀을 바꾸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민연금을 정해진 시기(현재 60세)보다 일찍 받는 사람은 지급액을 깎고 늦게 받을수록 더 많이 줌으로써 재취업을 촉진하거나▶40대 중반 이상 실업자의 실업급여에서 연금보험료를 강제로 떼는 방안도 권고했다.

◇ 일자리가 중요〓노동부(http://www.molab.go.kr) 관계자는 " '대졸자〓실업자' 인 상황인데 노인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한가한 얘기" 라고 말했다.

36곳의 종합사회복지관 노인취업센터는 거의 실적이 없다. 노인을 뽑는 데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노인 일자리에 대한 정책적 접근은 전무하다.

방배종합사회복지관(http://www.cbwc.or.kr) 최바울라 수녀는 "노인들은 돈보다 일자리 자체가 중요하다. 일을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고 말했다. 40, 50대를 위한 인터넷사이트를 준비 중인 강래승씨는 "40대부터 은퇴 후 직장에 대한 재훈련이 필요하며 정부차원의 교육기관도 필요하다" 고 말했다.

◇ 골칫거리 노인의료비〓지난해 노인의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2조원을 넘어섰다. 전체 의료비의 17.6%를 차지한다. 95년보다 두 배 가량 늘었다(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치매노인은 27만7천여명으로 95년보다 27% 늘었다. 2020년에는 62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치매 노인을 비롯해 장기요양이 필요한 노인 중 월 소득이 79만원 이하인 사람을 대상으로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돈만 99년 기준으로 약 4조원에 달한다.

보사연 최병호 의료보험 팀장은 "장기요양이 필요한 시기를 대비해 별도의 의료보험(가칭 장기요양보험)을 신설하는 것을 검토해 볼 만하다" 고 말했다.

최팀장은 ▶단기적으로 장기 요양에 필요한 의료서비스 중 급한 부분부터 건강보험이 담당하거나▶가정방문 간호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도사회복지대학 정홍원교수는 "중병에 걸린 노인의료비를 국가가 전부 부담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에 그를 간호하는 가족의 국민연금 보험료를 면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가부담을 줄이고 가정의 붕괴를 막아야 한다" 고 권고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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