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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주영씨 빈소 표정] 주부등 일반인 500여명도 조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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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전 명예회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청운동 자택은 23일에도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고인의 영결식은 25일 오전 10시 서울 중앙병원에서 치러진다.

○…노태우(盧泰愚)전 대통령은 오전 10시15분쯤 빈소를 찾았다. 盧전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가난에서 부를 일으키고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모범을 보이신 분" 이라며 "고인의 업적은 역사에 길이 기억될 것" 이라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盧전대통령은 또 "일제 잔재인 총독 관저를 허물고 청와대를 신축할 때 고인께서 신경을 많이 쓰셨다" 며 "1988년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바쁜 시간에도 중간에 짬을 내 고인과 옛 서울고에서 테니스를 함께 쳤던 기억이 선하다" 고 회고.

○…오후 2시50분쯤엔 이건희(李健熙)삼성 회장이 아들인 이재용(李在鎔)삼성전자 상무보와 함께 鄭전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았다. 李회장은 "5년만 더 사셨어도 한국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 텐데 아쉽다" 며 "한마디로 말할 수 없는 훌륭한 분이라 존경한다" 고 말했다.

李회장은 정세영(鄭世永)회장과 악수하면서 서로의 건강과 안부를 묻기도 했고, 현대에 대해서는 "좋은 경쟁상대" 라고 평했다.

이재용씨가 삼성전자 상무보로 임명된 뒤 李회장 부자는 이날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함께 나타났다.

○…오전 9시30분쯤엔 구자경(具滋暻) LG 명예회장이 빈소를 다녀갔다. 76세의 具회장은 "그동안 한국경제 발전을 위해 너무 고생하셨다" 며 "더 오래 사셨으면 했는데…" 라며 안타까워했다. 서울대 이기준 총장.중앙병원 이영수 주치의.박삼구 금호그룹 부회장.강영훈 전 총리.최각규 전 장관.이헌재 전 재경장관도 오전에 빈소를 찾았다.

한편 본사 홍석현(洪錫炫)회장도 이날 오후 2시쯤 금창태(琴昌泰)부회장.최철주(崔喆周)편집국장과 함께 빈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예브게니 아파나시예프 주한 러시아대사는 오후 3시25분쯤 푸틴 대통령의 서한을 들고 방문. 푸틴 대통령은 서한에서 '고인은 러시아에서도 한.러관계 발전에 다방면으로 기여한 인물로 항상 존경을 받아왔다' 고 밝혔다.

주한 영국대사 찰스 험프리와 주한 중국대사 우다웨이도 빈소를 찾았다.

일본의 경제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은 조화를 보내온 데 이어 오후 직접 조문대표를 보내 애도했다. 토머스 슈워츠 유엔군 총사령관 겸 한미연합사 사령관도 오전 빈소를 찾아 "그는 만나면 절로 존경심이 생기는 분이었다" 며 추모했다. 그리스.러시아.런던의 선주회사들, 이집트의 벡텔사 등 수십여 기업들의 조전(弔電)도 전달됐다.

○…일반인들의 조문도 적지 않았다. 현대 관계자는 "23일까지 청운동 빈소를 찾은 7천여 조문객 중 주부 등 일반인이 5백여명" 이라고 말했다. 전국 공장 영업소 등 1천여개 분향소에도 하루 1백명이 넘는 일반인들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오후 4시쯤 빈소를 찾은 청운중학생 두명은 "아버지에게서 '유조선으로 바다를 가로막아 간척지를 만들고 5백원짜리에 그려진 거북선으로 조선소를 세운 훌륭한 분' 이라고 들었다" 고 말했다. 울산의 현대자동차 분향소를 찾은 한 주부(식당 경영)는 "그분은 우리 식당에서 김치찌개를 드실 만큼 서민에 가까운 분이라 추도하러 왔다" 고 회고.

○…오후 1시50분쯤 이석연 경실련 사무총장과 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 함께 방문해 큰절을 했다. 현대차 이상욱 노조위원장 등 노조대표 10여명도 현대 점퍼 차림으로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고인의 창업정신을 받들어 회사를 이끌어 가겠다" 고 추모했다.

사회부.산업부.전국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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