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도 전기차가 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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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9일 오전 11시30분 과천 서울대공원. 디젤기관을 떼어내고 온라인전기차(사진)로 탈바꿈한 코끼리열차가 첫 시동을 걸었다. 대공원 순환로를 달리는 10여 분 동안 열차는 전혀 매연을 내지 않았다.

서울에 전기차 시대가 열렸다. KAIST가 1년여에 걸쳐 개발한 이 열차는 세계 최초로 ‘주행 중 무선 충전방식’을 상용화한 것이다. 유선으로 충전하는 충전식 전기차와 달리 온라인전기차(무선)는 지면 5㎝ 아래 특수 전기선을 깔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자기력을 공급받아 움직인다.

가장 큰 장점은 별도의 충전소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전기선이 깔린 구간 372.5m를 달리는 동안 충전해 그 힘으로 나머지 구간을 달린다. 평균 시속 20㎞로 운행하지만 최고 45㎞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운영비도 줄이게 됐다. 지금까지 경유를 쓰는 코끼리열차가 순환로 2.2㎞를 한 바퀴 도는 데 연료비가 2200원(1.5L) 들었다. 그러나 온라인전기차는 2.2㎾를 사용해 150원에 불과하다.

이 전기차는 차가 달리는 구간에만 전기가 들어오는 ‘분할 공급 방식’을 채택했다. 다른 차량이나 사람이 지나갈 때는 도로의 전원이 자동으로 차단돼 위험하지 않도록 했다. 자기장 발생량도 국제기준치 이하다. 하지만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이 문제다. 코끼리열차 1대를 온라인전기차로 개조하고 필요한 시설을 설치하는 데 9억9000만원이 들었다.

서울시는 대공원 온라인전기차를 시작으로 앞으로 전기차 보급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4월 남산을 순환하는 버스(02, 03, 05번)를 충전식 전기버스로 교체한 뒤 올해 말까지 15대 전부를 바꿀 예정이다. 10월 주요 20개국(G20) 회의가 열리는 기간에도 이 전기버스를 사용할 방침이다. 10월에는 월드컵공원 일대를 운행하는 버스를 온라인전기버스로 교체하고 11월에는 민간에서 쓸 소형전기차 충전기 20대를 대형마트, 공영주차장 등에 설치할 예정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20년까지 서울시내 모든 버스와 택시·관용차를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로 교체하고 민간 부문 소형차의 10%를 전기차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온라인전기차와 충전식 전기차 등 다양한 종류의 전기차를 개발해 시범 운행한 뒤 지역에 맞는 방식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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