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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우파교과서' 29일 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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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제 침략사 미화 등으로 한국.중국의 반발을 사고 있는 일본 우파단체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의 중학교 역사.공민 교과서가 29일 문부과학성 검정을 통과할 전망이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문부과학성 교과서검정심의회 제2부회는 21일 중학교 공민(사회문화 및 도덕)교과서를, 26일엔 중학교 역사교과서를 최종 심의해 통과시키고 29일 총회에서 통과를 최종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제2부회는 검정심의회의 4개 부회 가운데 역사.지리 등 사회분야 심의를 맡은 곳으로 이곳에서 통과되면 교과서는 사실상 합격 판정을 받게 된다.

시민단체인 '어린이와 교과서 네트워크21' 의 다와라 요시후미(俵義文)사무국장은 "문제의 공민.역사교과서가 최근 심의회 소위원회를 통과한데 이어 26일까지 제2부회의 심의를 받고 29일 총회에서 최종 통과될 것이 1백% 확실하다" 고 말했다.

문부과학성은 다음달 초 검정을 통과한 공민.역사교과서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 학교는 매년 7~8월 지역 교육위원회가 개최하는 교과서 전시회 등을 통해 내년에 사용할 교과서를 채택하게 된다.

외교소식통은 "검정을 통과하더라도 사실이 명백하게 잘못된 경우에는 재검정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새 역사교과서 모임' 의 공민.역사교과서는 많은 논란을 거쳐 통과됐기 때문에 그대로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역사교과서의 경우 한일합방.태평양전쟁 부분 등 1백37곳이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와라는 그러나 "상당 부분 수정됐다지만 표현 형식만 완화됐을 뿐 침략전쟁을 일으킨 국가체제를 옹호하고, 일본 문명의 독자성을 치켜세운 내용 등은 그대로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말했다.

한국 내에서 합방을 수용하는 목소리가 있었다는 내용,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가미카제(神風)특공대에 세계가 놀랐다는 전쟁미화 표현 등은 여전히 문제라는 지적이다.

중국 난징(南京)대학살에 대해서도 '학살' 과 관련한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중국 지도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일본을 강도높게 비난하고 있다.

15일의 주룽지(朱鎔基)총리에 이어 20일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도 "중국 국민들은 일본의 새 역사교과서 문제를 매우 걱정하고 있다" 며 신중한 검정을 일본 정부에 촉구했다.

이 교과서에 대해서는 한국에서도 반발.우려의 목소리가 거센 데다 일본 내에서도 논란이 뜨겁다.

역사학자들의 역사 왜곡 반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고 제1야당인 민주당이 교과서 문제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앞으로 역사 교과서는 검정을 통과하더라도 주변국과의 마찰과 함께 일본 내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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