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토종브랜드, 세계로…세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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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토종브랜드들이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값싸고 질낮은 상품의 대명사로 통했던 중국산 제품의 품질을 높혀 세계 톱 브랜드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누는 중국기업들이 늘어난 탓이다. 이 때문에 중국내에서도 자국산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급증해 중국시장을 공략하려는 선진외국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LG경제연구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토종브랜드의 세계화 선두엔 중국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Haier)이 있다. 올 세계경제포럼(WEF) 월드브랜드랩(WBL)은 지난해 말 "하이얼은 중국 500대 브랜드중 1위를 차지했으며 브랜드 가치가 600억위안(약 9조원)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발표했다. 저가 가전제품 메이커로 통했던 하이얼이 국내 최대 브랜드가치를 갖고 있는 삼성(15조원)의 절반을 넘을 정도로 따라붙은 것이다.

하이얼은 월드브랜드랩, 글로벌리더스 매거진등이 공동으로 실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브랜드'가운데 95위를 차지했다.

중국최대 PC제조업체인 렌샹그룹(Lenovo)은 기술력으로 세계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의 젊은 CEO 양위안칭(楊元慶)은 2002년을 기술원년으로 선포하고 2005년까지 총 40여억위안을 연구개발(R&D) 투자비용으로 지출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현재 1만여명인 직원중 1000여명이 연구개발인력이다. 현재 이 회사는 800여개의 세계적인 기술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텔의 센트리노를 장착한 노트북 PC와 오라클의 기술을 응용한 중국최초의 데이터베이스 서버등을 만들어 미국등 선진국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이같은 롄상의 눈부신 비약은 지난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서 해외시장에 진출한 성공한 중국기업의 대표사례로 소개됐다.

중국의 대표적인 피아노메이커인 펄리버 피아노사는 견고한 품질과 저렴한 가격으로 미국시장 진출 2년만인 지난해 시장 점유율을 10%로 높혔다.

이 밖에도 상하이 자동차가 한국의 쌍용자동차 인수를 결정하고 핸드폰메이커 TCL이 자국시장은 물론 미국과 동남아시장에서 점유율을 급격히 높혀가는등 중국기업들이 해외시장 진출을 가속화 하고 있다.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다 보니 중국 국내 소비자들의 자국산 제품에 대한 인지도 급상승 하고 있다.

2004 국제전자가전박람회에서 발표된 중국시장 50대 가전브랜드에 따르면 하이얼과 장홍이 2년전 수위를 차지했던 미쓰비시와 삼성을 따돌리고 1,2위를 차지했다.

다국적기업의 대명사로 통하는 필립스와 일렉트로룩스는 10위권을 벗어났으며 월풀은 50대 순위에도 끼지 못했다.

특히 신세대들 사이에 토종브랜드에 대한 로얄티가 강한것으로 나타났다. 다국적 홍보대행업체인 힐앤드노튼이 주요도시의 대학생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9%가 '중국브랜드에도 쿨(cool)한 브랜드가 있다"은 의견을 나타냈다.

이들이 지칭한 쿨한 브랜드로는 하이얼, 렌샹, 리닝, TCL등이었다.

중국토종브랜드 가장 큰 성장요인은 품질과 기술력이다. 하이얼의 경우 지난 1985년부터 GE의 식스시그마 관리법을 도입, 모든 생산라인의 효율높히기 운동을 전개했다. 또 품질합격률 100% 달성 목표를 설정하고 품질향상을 전사적으로 실천해왔다.

자국시장의 특수성을 제품개발에 활용한 것도 국내시장점유율을 높히는 이유중 하나다. 롄샹의 경우 컴퓨터사용법에 익숙치 않은 자국인들을 위해 조작이 간단한 PC를 개발해 인기를 끌었다. 또 학생들이 학교 컴퓨터에서 마우스 볼을 빼가는 것을 보고 이를 방지한 컴퓨터를 개발해 고객들의 사로잡았다. 이 덕에 롄샹은 1990년대까지 중국시장을 호령하던 IBM등 선진기업들을 따돌리고 90년대 후반부터 국내 PC시장 1위로 등극했다.

중국최대 식음료회사인 와하하는 1987년 창업초기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소황제들이 밥을 잘 먹지 않는다는 사회현상에 착안했다.

이에따라 소황제를 위한 '아동 영양액'을 출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밖에도 국내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생수개발등 중국인 코드에 맞는 상품을 연속적으로 기획, 국내최대 식음료회사를 일궜다.

이 처럼 중국브랜드들이 자국시장 점유를 넓혀감에 따라 외국산브랜드는 울상이다. 실제로 IBM과 소니등 선진기업들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매년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선진기업들은 중국기업과 합자형식으로 내수시장을 개척하는등 철저한 현지화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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