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중생 납치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피의자로 확인된 김길태(33)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수사 부실로 두 차례나 더 놓친 사실이 밝혀졌다. 경찰과 김의 친구들에 따르면 김은 이모양 납치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 부산 덕포시장 부근 아버지(69) 집에 들러 아버지의 휴대전화로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그는 전화에서 “나는 범인이 아닌데 오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김의 아버지 집에 잠복하고 있었다면 잡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김이 교도소를 들락거리며 부모와 연락을 끊었다고 판단해 부모 집에 잠복하지 않았다.
부산 여중생 납치 살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들이 8일 부산시 덕포동 일대를 수색하고 있다. [부산=뉴시스]
경찰은 또 김이 상습 성범죄자였지만 경찰의 특별관리 대상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일명 ‘전자발찌법’ 시행 이전에 김이 수감돼 만기 출소했기 때문에 이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법은 2008년 9월 시행돼 이후 발생한 범죄에만 적용되며 김은 2001년 성범죄를 저질렀고 지난해 6월 출소했다. 이재희 부산성폭력상담소장은 “성범죄자는 재범률이 특히 높기 때문에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며 “경찰이 재범 가능성이 큰 전과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성범죄를 다시 저지를 가능성이 큰 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김상진·강기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