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의 여당의원 봐주기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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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검찰이 민주당 심규섭(沈奎燮.경기 안성)의원의 횡령.뇌물공여 혐의를 수사하다 만 것은 한마디로 '여당 의원 봐주기' 의혹이 짙다. 총선사범 편파수사 시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또 이같은 일이 벌어졌으니 정치검찰 시비가 언제나 사라질지 참으로 안타깝다.

沈의원의 혐의는 교수들이 학교 비리를 진정함에 따라 감사에 나섰던 교육부가 의뢰한 사건을 검찰이 추적하다 불거진 내용이다. 1999년 당시 평택공과대학(현 경문대)이사장이던 沈의원이 등록금 58억원을 횡령하고 교육부 고위 간부에게 1천만원의 뇌물을 주었다는 혐의다. 沈의원은 혐의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

당시는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전일 뿐더러 전액을 개인적으로 착복하거나 외부로 유용한 게 아님이 확인돼 무혐의로 불기소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진술내용을 보면 수사가 석연찮게 진행됐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우선 沈의원은 등록금 가운데 5억원과 7억원 등 모두 12억원을 은행의 개인 빚을 갚는 데 썼다고 진술했다가 나중에 이를 번복했는데도 철저한 보강수사를 하지 않은 것은 의혹이다.

또 뇌물을 받은 공직자가 문책됐고 공여자인 沈의원도 처음엔 자백했으나 나중에 부인한다는 이유로 기소중지한 것은 누가 봐도 상식을 벗어난 법집행이다.

검찰의 여당 편들기 수사 의혹은 선거사범 처리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서울고법이 박용호(朴容琥)의원, 송영길(宋永吉)의원의 회계책임자, 문희상(文喜相)의원의 부인 등 민주당 관계자 세명에 대한 재정신청을 받아들인 것이 그 증거다.

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검찰의 처리 잘못을 인정한다는 의미이므로 검찰로서는 부끄러운 일이다. 지금까지 접수된 총선 관련 재정신청 총 87건 중 받아들여진 11건이 민주당 8건, 한나라당 2건, 자민련 1건으로 일방적으로 여당이 많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검찰의 '권력의 시녀' 역할은 이제 끝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검찰 스스로 자정(自淨)작업에 나서는 길밖에 없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沈의원 사건은 한점 의혹 없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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