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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정국 갑갑해… 동해바람 쐰 이총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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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http://www.leehc.com)총재가 13일 강원도 속초를 찾았다.

현지의 당직자들을 만난 데 이어 봄철 남녀 중.고축구연맹전 개회식을 지켜보고, 속초소방서.중앙시장을 돌았다. 총재실 관계자는 "비(非)영남권을 찾는 일정의 시작" 이라고 말했다.

李총재는 귀경 후엔 63빌딩 양식당에서 부인 한인옥(韓仁玉)여사와 함께 MBC-TV 드라마 '아줌마' 의 출연진 이순재.강석우.원미경씨를 만나 여성문제를 주제로 환담했다. 李총재는 이달 말 속리산 산행(27일)과 충북대 법무대학원 특강(29일)을 계획하고 있다.

속초에서 李총재는 "1백33명의 큰 야당이 한 자리를 지키는 것은 역사에 없었다" 고 자평했다. 당의 결속력을 강조한 李총재의 발언에서 '역설적인 고민' 이 묻어난다고 한 측근은 말했다. 그는 "李총재는 최근 당 안팎에서 리더십 문제가 제기된다는 말을 듣고 있다" 고 말했다.

지난 10일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이 "李총재 지도력 얘기가 나오는데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고 진화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한다. 또 다른 측근도 "李총재는 꽉 막힌 정국을 시원스럽게 뚫고 나가지 못하는 데 대한 불편함과 갑갑함을 느끼고 있다" 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한 당직자는 "대통령 선거까지 6백16일밖에 남지 않았다" 며 "李총재가 3김(金)과 차별화하는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렇지 못했기 때문 아니겠느냐" 고 분석했다.

총재실 관계자는 "여권의 '李총재 고립화' 가 집요하게 진행될텐데, 대치정국에 밀리지 않으면서도 이에 묶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李총재가 당내와 대국민 리더십을 분리, 관리하려 한다" 고 그는 말했다.

당내용으론 '영남당.보수당' 이란 이미지를 벗고, 보안법.사립학교법 등 당내 이념갈등이 드러날 사안은 점진적으로 풀어나갈 구상이라는 것. 이 관계자는 "李총재의 속초 방문은 TK(대구.경북)에 치중했다는 평판을 바꾸려는 움직임" 이라고 소개했다.

대국민 이미지 개선을 위해 대여 투쟁과 일상 당무에서 비켜서 '국민 우선' '정치 대혁신' 이슈를 선점(先占)할 방안을 짜고 있다고 한다.

고정애.서승욱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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