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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생들은…] 中. "개인 희생 요구하는 모임은 N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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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식도락.라틴댄스 동아리 등
취미.자기계발 모임에 몰려

지난 8월 서울대에 '자유주의 연구회'라는 모임이 생겼다. 운동권 학생들이 도서관 앞에서 집회를 하면서 내는 소음에 참다못한 학생들이 조용한 학습 분위기를 확보하기 위해 만든 '공부권'이 모태로, 현재 회원이 150여명이다. 비(非)운동권을 넘어 반(反)운동권 모임인 셈이다. 연구회의 이규진(29.법대4)씨는 "개인의 발전과 노력이 집단에 의해 희생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모임이 달라지고 있다. 세(勢)를 과시하는 집회에 거부감을 보인다. 과거 학생회처럼 '위'에서 지시를 내리는 모임은 존재하기 어렵다. 모임의 시작은 개인이며, 개인의 목소리와 이익이 집단의 이익에 우선해야 한다고 학생들은 생각한다. 학술 동아리도 인기가 오래전에 시들해졌다.

◆ 농성에는 '노'= 이달초 서울의 한 대학 입구 쪽에는 천막 농성장이 세워졌다. 1학기 때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을 벌이다 지난달 제적당한 총학생회장의 구명을 위한 것. 서명운동을 촉구하는 플래카드가 썰렁하게 나부낄 뿐이다. 각종 집회나 시위에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일은 극히 드문 현상이 됐다.

서울대 학생회는 내년부터 총학생회장 선거를 3월에 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지난해까지는 11월이 선거 시즌이었다. 신입생들을 선거에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나온 고육지책이다. 지난해 11월 실시된 총학생회장 선거의 투표율은 연장투표를 하고도 46.8%로 1984년 총학생회 부활 이후 처음으로 선거가 무산됐다. 대학생 가운데 학내의 각종 모임에 전혀 가입하지 않은 학생은 평균 24.5%나 된다. 4명 중 한명은 완전히 독자적인 대학생활을 하는 것이다.

▶ 농성장은 썰렁 학교 측의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다가 제적된 총학생회장의 구명을 위해 서울의 한 대학 캠퍼스 안에 세워진 천막 농성장. 학생들이 없어 썰렁한 모습이다.

▶ 웰빙 수업 북적 건국대의 '현대인의 다이어트'라는 강의에서 여대생들이 체력 테스트를 받고 있다. 이 수업은 대형 강의실이 가득 찰 정도로 인기가 높다.강정현 기자

◆ 취미모임에는 '예스'= 대학생들이 중요시하는 모임은 취미.예술 모임(32.4%)이 압도적으로 많다.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모임을 선택하는 것이다. 자기 만족감이나 '몸값'을 올리는 데 관심을 쏟는다.

동국대 04학번 양모(19)군은 지난해 수능 시험을 치른 직후부터 스포츠센터에 다니고 있다. 그는 "대학에서 '얼짱' 소리는 못 듣더라도 '몸짱'은 돼야죠"라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 시내 30개 대학 200여명의 학생들이 식도락가들의 대학연합 동아리인 '설대딩(서울의 대학생)들의 맛집탐험대'라는 동아리를 만들었다. 이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추구한다. 회장 황남인씨는 "우리 회원들은 건강을 생각해 담배도 거의 안 피운다"고 말했다. 요가 동아리, 라틴 댄스 동아리, 다이어트 동아리 등 몇년 전까지만 해도 생소한 이름의 동아리가 속속 나타나는 것도 자기계발에 몰두하는 대학생들의 취향을 반영한다.

서울여대 4학년 한지숙(24.국제학과4)씨는 밸리 댄스의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2002년 인터넷 사이트에서 밸리 댄스를 처음 접하고 1년간 휴학하며 하루 7시간 이상 연습에 매달렸다. 현재 6명이 팀을 이룬 '아라비안 밸리 댄스'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대학생들은 자신들이 만든 모임에 다른 사람이 접근하는 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경북대 박모(25.화학3)씨는 최근 의.치의학 대학원 준비 시험을 위한 스터디 그룹을 만들면서 학점.토플 성적 등 서류 심사와 면접을 거쳐 4명을 '선발'했다.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어야 같은 길을 갈 수 있다는 뜻이다.

김승현.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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