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려·연세대 인문계 합격생 40%가 외고 출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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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010학년도 대입에서도 외국어고(외고)와 자립형 사립고(자사고) ‘불패(不敗)’ 현상이 또다시 나타났다. 외고나 자사고 졸업생의 절반가량은 서울대·고려대·연세대·성균관대·서강대에 합격한 것이다.


본지와 하늘교육 공동 분석 결과, 전국 25개 외고 가운데 5개 대학에 가장 많은 합격자를 배출한 곳은 서울 대원외고였다. 이 학교 10명 중 9명(89.8%)이 5개대 중 한 곳 이상에 합격했다. 명덕외고(87.9%)·대일외고(77.1%)가 그 뒤를 이었다. 경기도 지역 외고의 진학 실적도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25곳 중 4위를 한 용인외고는 졸업생의 73.7%가 5개 대학에 합격했다. 5위(경기외고)·6위(고양외고)·7위(안양외고)도 경기도 지역 외고였다.


외고라도 진학 실적 차이는 컸다. 지방 외고 중에서는 대구외고(10위)가 유일하게 5개대 합격자 순위에서 10위 이내에 들었다. 20위 밖으로 벗어난 외고들은 전교생 중 5개대 합격자가 10명 중 1명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고는 졸업생 세 명 중 한 명(34.2%)이 5개 대학 중 한 곳 이상에 합격했다. 졸업생 수 대비 5개대 합격자 비율은 전주 상산고·현대청운고·민족사관고 순이다.


◆일부 전형은 외고생이 독식=주요 사립대의 외고생 독식 현상도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인문계열은 합격자의 40%가 외고생이었다. 서울대가 24.2%, 고려대 41.3%, 연세대 48.9%였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전국 30개 외고생 중 주요 사립대 4곳의 합격자(최초 합격 기준)를 분석한 결과다. 특히 고려대·연세대·성균관대·서강대는 수시모집 일부 전형에서 합격자의 절반을 외고생으로 채웠다. 그 결과 올해 서울대 합격자 중 9.8%가 외고생인 데 비해 고려대는 25.2%, 연세대는 29.1%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전형이 토플·토익이나 기타 공인 외국어 인증 점수나 외국어 과목 선이수 등을 지원 조건으로 해 외고생이 아니면 사실상 지원하기조차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496명을 뽑은 연세대 ‘글로벌리더 전형’에 지원한 학생 3000명 중 70%인 2100명이 외고생이었다. 연세대는 지난해부터 자연계열 합격생이 많았던 ‘특기자 전형’의 모집인원을 ‘글로벌리더 전형’에 합쳐 이 전형의 모집인원을 두 배 가까이 늘렸다. 고려대 ‘세계선도인재 전형’의 최초 합격자 200명 중 121명(60.5%)은 외고 출신이었다.

해당 대학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연세대 입학처 김현정 팀장은 “내신이 불리한 특목고생을 역차별할 수 없어 전형 설계부터 두 가지 트랙(특목고·일반계고)으로 분리해 선발하고 있다”며 “서울대도 ‘특기자 전형’이 있는 등 국·공립대도 특목고생을 위한 전형을 만든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고려대 입학사정관도 “3년 전부터 특목고생을 위한 전형이라고 알려왔는데 하루아침에 없앨 수 없다”며 “인증시험 성적을 요구하는 전형에 정부가 지원을 하지 않기로 해 내년부터는 일반 전형으로 돌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원진·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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