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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진학률 19년 만에 처음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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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고교생들의 지난해(2009학년도) 대학 진학률이 19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에 비해 하락했다. 여고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역대 처음 남고생의 진학률을 넘어섰다.

7일 통계청과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고등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81.9%로 1년 전보다 1.9%포인트 낮아졌다. 대학 진학률은 그해 일반계와 전문계 고교 전체의 졸업생 숫자와 전문대를 포함한 대학 입학생 수의 비율이다. 이 비율은 1990년 33.2%로 한 해 전보다 2%포인트 감소한 이후 계속 상승세였다.

갑자기 진학률이 떨어진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도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대학 정원 감소에 주목하기도 한다. 2005년 419개까지 늘었던 대학 수는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지난해 407개로 줄었다. 일부 대학에서는 미미하지만 정원 감축도 이뤄졌다. 하지만 지난해 고교 졸업자는 1년 전보다 5600명이나 줄어 진학률을 떨어뜨린 주된 이유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무조건 대학에 가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신세대들의 가치관 변화가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직업능력개발원 전재식 박사는 “이제 누구나 대학에 갈 수 있게 된 데다 경제위기로 대졸 미취업자가 늘어나자 더 좋은 대학으로 가려는 재수생과 처음부터 다른 길을 가는 고졸자가 많아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성별로는 남학생의 감소폭이 특히 컸다. 남자 고교생은 100명당 81.6명만 대학에 진학해 2008년보다 2.4명이나 줄었다. 반면 여고생은 100명당 82.4명이 대학에 입학했다. 여고생의 진학률도 1년 전보다는 1.1%포인트 떨어졌지만 감소율이 남고생의 절반에 못 미쳤다.

대학에 입학하는 여성들은 갈수록 늘고 있지만 졸업 후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2009년 여성 고용동향 분석’에 따르면 여성 비경제활동인구는 1년 전보다 28만6000명이나 늘어난 1042만 명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규모로 남성(527만8000명)의 두 배다.

여성 취업자는 2003년 이후 처음으로 10만3000명 줄었다. 여성들의 일자리가 임시·일용직이 많은데 지난해 금융위기로 이쪽 일자리가 많이 사라진 탓이다. 여성인력정책센터 신선미 연구위원은 “단순히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양성평등이 이뤄졌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최현철·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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