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거주지 이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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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근무지가 아닌 지역에서 살고 있는 공무원들에게 근무지 내로 주거를 옮기라는 요구가 심심챦게 일어나 논란이 되고 있다.

이같은 요구는 일부 자치단체들이 타지에 사는 공무원들을 그대로 두고는 자신들이 애써 벌이고 있는 주민 배가운동이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고 판단한 때문에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공무원들은 “근무지내 전입 요구를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신분상 불이익’운운하며 헌법에 보장된 주거이전의 자유를 짓밟는 처사는 못마땅하다”며 불만이다.

◇지자체들의 압력=충북 보은군청의 한 공무원(35)은 요즘 고민이 크다.김종철 군수가 지시한 주민등록 이전 시한이 다가온 때문이다.金군수는 지난 3일 1주일 후인 10일까지 타지 거주 공무원 모두가 주민등록을 군(郡)으로 옮길 것을 요구했다.

보은군은 작년말 인구가 4만3천2백45명으로 전년대비 2.9%(1천3백17명)가 줄어 고민해왔다.한편 군 공무원 중 외지거주자는 ▶군청 5백52명 중 1백40명(25%)▶경찰 1백22명 중 35명(29%)▶교육공무원 5백92명 중 3백46명(58%)등으로 나타났다.

대전 생활권인 옥천군도 인구가 감소세를 보이자 지난해부터 수시로 간부회의 등을 통해 공무원의 주민등록 이전을 촉구하고 있다.5백48명의 옥천군 공무원 중 약 10%가 대전에 사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민단체도 가세=경북 영천경실련은 대구 등 다른 지역에 주소를 두고 영천으로 출퇴근하는 공무원에 대해 지역발전을 저해한다며 명단공개를 추진 중이다.

영천경실련 이형수(李亨洙 ·41)사무국장은 9일 “영천 인구가 갈수록 주는만큼 모범을 보여야할 공무원들이 발령받은 근무지로 이사했는지를 자체조사 중”이라며 “이달말쯤 확인이 끝나면 명단을 공개하고 기관장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반발=영천시공무원직장협의회는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통해 “그같은 요구를 이해는 하지만 ‘인사상 불이익 요구’운운 하는 것은 구조조정으로 움츠러든 공무원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전북 남원시 한 공무원도 “전주 ·익산등 주변 타지역 거주 공무원들이 은근히 압력을 받고 있다”며 “1∼2년 근무하다 옮길 가능성이 큰데다 자녀 교육상 타지 거주가 불가피한 측면을 이해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전=최준호 ·대구=송의호 ·보은=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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