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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영화] EBS '플래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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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플래툰 (EBS 밤 9시)〓올리버 스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그 어떤 성스러운 명분이 있다 하더라도 전쟁은 비극이며, 전쟁의 일차적 희생자는 무고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설파한다. 스톤 자신도 1967년 베트남전에 참전했고 그 후유증으로 수년간 마약과 술에 찌들어 살았다.

그의 참혹했던 기억은 '플래툰' 이후에도 '7월4일생' (89년)과 '하늘과 땅' (93년)에 영향을 미쳤다. '팍스 아메리카나' 의 허구를 예리하게 찌르는 자유주의자 스톤의 감각이 돋보이는, 베트남전을 다룬 할리우드물 중 수작이다.

인생의 또다른 면을 경험하고 싶다는 순진한 생각에서 자원입대한 대학생 크리스(찰리 쉰). 잔인하기로 소문난 반즈 상사(톰 베린저)와 인간성을 중시하는 엘리어스 상사(윌렘 대포)의 갈등을 지켜보며 그는 전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단순무지했음을 깨닫는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반즈와 엘리어스의 갈등을 통해 극명하게 전달된다. 두 사람은 전쟁의 외형적인 참혹함보다 인간 내면에 팽팽히 도사리고 있는 선과 악의 싸움이 더 처절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카데미 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톰 베린저의 악마적 연기가 빛을 발한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 흐르는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는 영화의 비감함을 더욱 강조한다.

87년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편집상.음향상 등을 휩쓸었다. 86년작. 원제 Platoon. '플래툰' 을 본 뒤 동일한 소재를 전혀 다른 스타일로 요리한 작품을 보고 싶다면 애드리언 라인 감독의 '야곱의 사다리' (90년)를 권한다.

★★★★★(출처 : '믹 마틴과 마샤 포터의 비디오 무비 가이드' . 만점 ★5개)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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