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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리뷰] '틈새라면도 벤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명동 뒷골목의 무허가 건물 틈에서 시작,20년간 라면 하나만 팔아온 ‘쥐꼬리만한’ 가게의 주인이 "나야말로 벤처 기업가" 라며 경영 노하우를 가르쳐주겠다고 큰소리 떵떵 치는 책이 신간『틈새라면도 벤처다』이다.

벤처기업을 'e-비지니스를 하며 강남 테헤란 밸리쯤에 사무실을 갖고 있는 신생회사' 로만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지만 이 라면집 주인의 주장은 황당하게 느껴질 법하다.

하지만 김복현씨가 '틈새(가게 이름이다)'를 라면업계와 분식업계의 연구대상으로 만들어온 창의력과 '라면 장인(匠人)'을 꿈꾸며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온 전문성, 그리고 지금은 웬만한 중소기업 사장 연봉 못지 않은 수입을 올릴 만큼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해낸 사업능력 등을 보면 이만한 벤처기업가가 또 어디있겠나 싶다.

'카레라면' '짜장라면' 같은 외도(?)도 한번 시도한 적이 없이 틈새의 메뉴는 오로지 '빨계떡(빨갛고 계란과 떡을 넣은 라면)’이다.

김씨가 ‘국민 음식’이라고 부를 만큼 웬만한 한국인은 저마다 한가지씩 ‘맛있는 라면 끓이는 비법’을 가지고 있는데도 틈새를 못잊는 이들이 부산 등 지방은 물론 미국에서도 다시 찾아오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출시된 지 2주 정도 된 ‘차진’ 라면에 적당한 양의 물을 붓고 양은냄비에서 고열로 끓여내는 라면의 맛. 또 빨계떡, 파인애플(단무지), 오리방석(물) 등 재밌는 은어와 손님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최고의 서비스라고 여기는 김씨가 만들어 내는 틈새만의 분위기다.

소자본 창업,특히 음식점을 경영해보려는 사람들에겐 무척 요긴한 가이드북이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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