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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밥상, 지구 살린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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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호 34면

지난 주말 모처럼 친구들과 저녁 모임을 했다. 메뉴는 고기였다. 지구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입장에서 고기를 선뜻 먹을 수 없어 상추와 된장찌개로 밥을 먹었다. 지구상의 가축들이 내뿜는 메탄(CH4)가스는 이산화탄소(CO2)보다 20배나 강한 온실가스이자 지구온난화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북극의 빙하가 녹아 내리고, 해양에너지의 불균형으로 지구 내부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 지구 표면의 물이 마르면서 사막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해수면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국토를 포기한 남태평양의 투발루를 시작으로 섬나라들이 물에 잠기고 있다. 50년 안에 대부분의 섬이 바다 밑으로 사라지면 세계지도를 다시 그려야 할 것이다.

햇빛, 물, 공기는 자연이 주는 생명의 근원이다. 그런데 지금은 오염물질로 변해 우리 몸에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많은 사람이 ‘웰빙’을 말한다. 그러나 지금 인류의 재앙이 코앞에 다가오고 있다. 환경저널리스트 마크 라이너스는 6도의 악몽에서 ‘6도’의 심각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지구 평균온도가 1도 상승하면 산과 들에서 재앙이 시작되고, 3도 상승하면 지금의 지구 모습은 사라지고 홍수, 가뭄, 생물멸종, 식량난 등 엄청난 혼란이 온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문화가 바뀌어야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자동차 없이 못 움직이고, 고기 없이 밥을 못 먹는다. 살이 찔 것 같으면 많은 돈을 들여 기계 위에서 운동을 한다. 이미 국내의 자동차 수는 1700만 대를 돌파했다. 사방에서 뿜어내는 매연 때문에 사람들이 서서히 병들어가고 있지만 자각증세를 못 느낀다. 몸에 좋은 것, 맛있는 것들을 찾아다니고 편하게 사는 사람들일수록 병들어 가는 속도가 빠르다.

왜 그럴까? 과도한 칼로리를 섭취하면서 활동량이 적으면 비만·당뇨·고혈압 등 성인병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호사(豪奢)스러운 수라상을 즐겼던 조선시대 임금들의 평균수명이 43세밖에 되지 않았고, 불로초(不老草)를 탐한 중국의 진시황도 50세를 넘기지 못했다.

몸은 먹는 것에 따라 변화한다. 불과 40~50년 전만 해도 먹을거리가 귀해 강냉이죽, 시래기죽, 아욱보리죽, 수제비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집이 많았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좀 더 자극적이고, 부드럽고, 달콤한 특이한 맛을 찾는다.

그래서인지 식품업체와 음식점들은 소비자 건강을 외면한 채 방부제와 유해색소, 각종 식품첨가물, 인공 향료, 화학조미료 등을 넣은 가공식품들로 우리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다. 비싼 음식일수록 맛을 내기 위해 조리시간과 연료가 많이 소모된다. 밥상에 나온 음식을 많이 남길수록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 속도는 빨라진다.

지금 우리에게는 지혜로운 선택이 절실히 필요하다. 건강에 좋은 것일수록 구하기 쉽고 조리가 간단하다. 오염되지 않은 산과 들이 키워 낸 식재료들로 시골밥상을 즐긴다면 건강도 지키고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다. 제철이 아닐 때 나오는 과일과 채소들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화석연료를 때서 재배한다. 이 때문에 CO2 배출은 늘고 지구온난화는 빨라진다. 제철의 노지(露地)작물과 비닐하우스 재배작물은 향과 영양소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다. 우리 몸에는 제철에 나는 과일과 채소가 가장 좋은 건강식이고 보약이다.

우리가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스의 주성분은 일산화탄소(CO)다. 밀폐된 공간이 해로운 독가스로 가득 차면 건강은 위협을 받는다. 조리시간이 짧은 생채식 식단은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가스 사용량도 줄여준다. 생태환경의 회복은 우리네 밥상에서 시작돼야 한다. 오늘은 현미잡곡밥에 봄 냉잇국으로 소박한 밥상을 차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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