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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인재 키우는 '향토기숙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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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새학기를 맞아 '향토 기숙사' 에 생기가 넘친다. 지자체 등이 연고(緣故)지역 인재 육성을 위해 장학사업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이곳들에선 갓 입사한 대학 새내기들과 재학생 선배들 사이에 얼굴 익히기가 한창이다.

고향을 떠나온 외로움을 서로 달래며 대학생활.공부 등에 대한 얘기로 밤이 이슥토록 불이 꺼지지 않는 향토 기숙사. 그 가운데 충남학사와 경북학숙을 찾아봤다.

#충남학사〓충남대 기계공학과 신입생인 한정섭(20)씨는 저녁 무렵이면 어김없이 충남학사로 돌아온다. 따로 약속이 있는 날도 저녁밥만큼은 이곳에서 먹고 나간다.

"동료들과 어울려 식사를 하면 둥지처럼 편안해요. 다양한 메뉴에 맛도 있고요. "

한씨는 공부도 학교 도서관 대신 기숙사안 50석 규모의 독서실을 주로 이용한다. 오전 8시 아침을 먹은 다음 1㎞쯤 떨어진 학교에 가서 수업을 받는 시간을 제외하곤 하루중 대부분의 시간을 기숙사에서 보낸다.

아직 짝을 이룬지 얼마 안돼서 서먹서먹한 룸메이트와 대화를 나누거나 저녁에 휴게실에 옹기종기 모여 TV를 보는 것도 주요 일과다.

여학생(98명)은 1, 2, 3층에 남학생은 4, 5층에 입주하며 남.여 숙소는 서로 드나들 수 없게 돼 있다. 남.여 학생이 숙소를 서로 침범하면 퇴사조치 당한다.

대학 1, 2학년때 학교 기숙사에 있다가 이곳에 입주한 임명옥(23.여.충남대 식품영양학과)씨는 "친구로부터 충남학사 소식을 듣고 입주하게 됐는데 학교 기숙사보다 훨씬 낫다" 며 "강의시간 외에는 대부분 이곳 독서실에서 취업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고 말했다.

대전시 구암동에 위치한 충남학사(지하1층.지상 5층)는 충남도가 성적은 우수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충남도민 자녀를 돕기 위해 지난해 3월 개설했다. 입주자는 충남대.대전산업대.목원대 등 기숙사 주변 대학생들.

충남학사 원장 진철(61)스님은 "지원자의 절반도 수용하지 못할 정도로 규모가 작은 게 아쉽다" 고 말했다.

#경북학숙〓상주가 고향인 영남대 새내기 김동삼(金東三.19.토목도시환경학부)씨는 요즘 좀체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학숙에 마련된 침대생활이 처음이어서다.

金씨는 대학 기숙사와 학숙을 놓고 저울질하다가 학숙 입주를 결정했다. 한방에 4명이 들어가는 학교 기숙사와 달리 경북도가 운영하는 학숙은 2명만 들어가는 데다 값도 더 저렴해서였다. 방마다 욕실이 따로 마련된 것도 매력적이었다.

야간대학을 다니는 金씨는 아침 6시에 일어나 오전엔 학숙 컴퓨터실에서 인터넷으로 신문을 읽고 오후엔 학교에 나간다. 20분 거리의 학교까지 수시로 버스가 다녀 교통도 편리하다.

룸메이트는 대구가톨릭대 약학과 3학년. 金씨는 룸메이트 선배로부터 낯선 학숙생활은 물론 대학생활에 관한 조언을 듣고 있다. 6일 저녁에는 이곳에서 환영회도 열렸다. 그는 "앞으로 이곳에 계속 남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공부할 생각" 이라고 말했다. 영남대 법학과에 입학한 김현숙(金鉉淑.20)씨도 이곳 생활에 만족한다.

"이곳을 거쳐간 오빠의 권유로 학숙을 선택했어요. 하루 이틀 지나면서 규율도 생활도 점차 몸에 익어가요. "

올해 경북학숙에 들어온 새 식구는 모두 2백60명. 대부분 영남대.대구가톨릭대.대구대 등을 다니는 경산지역 4년제 대학생들이다.

이곳은 헬스시설과 24대가 설치된 컴퓨터실, 독서실.세탁실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인기다. 경북학숙 관계자는 "여기에 들어오면 정서가 안정돼 성적도 많이 올라가는 편" 이라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대구〓송의호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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