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에게 "안녕하세요" 했던 친근한 모습의 조경철 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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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대표 천문학자 조경철(81) 박사가 6일 별세했다. 고인은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상황을 주한미군방송을 보면서 동시통역으로 해설하다 흥분한 나머지 의자에서 넘어지는 장면이 잡혀 ‘아폴로 박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권위적이지 않은 과학자, 유쾌한 과학자’ 이미지로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조 박사는 지난 1992년 4월에 방송된 MBC ‘일요일일요일밤에-이경규의 몰래카메라’의 편을 통해 더욱 친근하고 소탈한 과학자의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갔다.

당시 ‘조경철, ET 만나다’편은 개그맨 이경규가 서울 한강변에 UFO가 나타난 것처럼 꾸며 조 박사를 속이는 것이었다. “UFO를 봤다”는 목격자들의 제보에 그는 “(UFO가) 착지했다는거예요? 이거 진짜 대단한데”라며 “서울에 바로 이 한강변에 이런 걸 제가 볼 수 있게 돼 제보해 주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건 정말 놀랄만한 발견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제가 내일부터 조사대를 조직해 갖고 조사를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때 이경규가 ET 분장을 하고 모습을 드러내자 당황한 표정으로 “안녕하세요”라고 말했고 이를 본 시청자들은 박장대소했다. 그는 천문학계의 권위자로서 자신이 속은 것에 대해 화낼 법 했지만 “사람을 이렇게 골탕먹일 수가 있느냐”며 오히려 더 재미있어 했다. 이 인연으로 조 박사는 이경규의 결혼식 주례를 맡았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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