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어? 본체가 어디갔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PC가 소리 없이 변화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시장에서 휴대전화.디지털카메라 등에 밀려났던 PC가 20년간 지속됐던 32비트 CPU시대를 접고 64비트의 제품으로 속속 탈바꿈하고 있다. 또 본체를 없애는 등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코앞에 다가온 64비트 PC 시대=1970년대 후반 8비트로 출발한 CPU는 85년 32비트 칩(인텔의 386)이 등장한 이래 20년간 그대로였다. '386→펜티엄→ 펜티엄4로 발전한 인텔칩은 모두 32비트 체제를 고수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해 최초로 PC용 64비트 CPU인 '애슬론 64'(사진)를 내놓은 AMD가 최근 이 칩의 마케팅에 팔을 걷었다. 애플도 지난해 선보인 64비트용 칩 'G5'를 그동안 전문가용에만 장착하다 최근에는 일반 소비자용 PC에도 넣고 있다.

64비트의 CPU가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용량은 32비트 PC의 약 43억배에 달한다. 문제는 아직 운영체제(OS)나 프로그램들이 32비트 체제에 머무르고 있어 제 성능을 다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년초 MS가 64비트용 OS를 내놓을 것으로 전해지면서 곧 64비트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의 한국지사 하천타 책임연구원은 " 게임.영화 등으로 인해 PC의 데이터 처리 용량 증가하면서 1~2년내 64비트가 PC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PC의 디자인 혁명=2002년 초 애플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전 세계 기자들을 모아놓고 반원 모양의 아이맥(사진)을 발표했다. 하지만 아이맥을 뛰어넘는 PC의 디자인 혁명은 계속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게 삼보 컴퓨터가 지난 7월부터 출시한 루온 올인원(사진)이란 제품이다. 본체가 아예 LCD 모니터 뒤에 숨은 '본체 없는 PC'다. '데스크톱'은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는 고정관념은 뛰어 넘었다. 문어다리처럼 복잡한 선도 컴퓨터와 전원을 연결하는 케이블 선 하나로 모았다. 마우스도 키보드도 랜도 모두 무선이 가능해져 방이나 거실, 어디서든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지난 7월 출시 이후 일부 매니어층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달 월 3000대가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자 애플도 지난 20일 본체 없는 PC인 '아이맥 G5'를 국내에서 출시했다. 지난달 말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선보인 '아이맥 G5'는 최첨단의 디자인 능력을 과시했던 애플사 제품답게 두께가 5㎝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유비쿼터스 환경에 맞게 PC가 이동성이 강화되는 쪽으로 계속 진화할 것으로 점친다. 손목에 차고 몸에 걸치는 웨어러블(wearble) PC의 등장도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윤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