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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를 준비하자] 1. 1백살 인생 눈앞에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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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백세 수명은 꿈이 아니다. 지난 6일 1백4세 생일을 맞이한 쑹메이링(宋美齡.蔣介石 전 대만 총통의 부인)은 뉴욕 맨해튼에 살면서 산책과 서예를 즐기고 있다. 1897년 태어났으니 3세기에 걸쳐 살고 있는 셈이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모후도 지난해 8월 1백세를 맞이했다. 엉덩이 관절에 인공관절을 이식하는 수술을 두 차례나 받고도 거뜬히 걸어다닌다.

1백세 인구의 폭발적 증가는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의 경우 1940년 1백세 이상 인구가 3천7백명에 불과했으나 현재 6만1천여명을 헤아리고 있다.

미국 인구통계국은 이러한 인구 추이라면 1946~64년 베이비 붐 세대에 태어난 미국인은 26명 중 1명이 1백세 이상 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1백세 인구가 3백만명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1900년 출생자 10만명 중 1명이 1백세 인구에 도달했다면 불과 50여년새 3천8백여배나 증가한 셈이다.

일본도 60년대 1백50명에서 2000년 1만5천여명으로 40년새 1백배 가량 증가했으며, 우리나라도 80년 2백24명에서 2000년 2천2백20명으로 20년간 10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초고령 인구의 급증은 생활수준의 향상에 힘입은 바 크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인구학과 이시백 교수는 "위생과 영양 등 생활환경이 좋아지면서 20세기 초 가장 중요한 사망원인이었던 전염병과 기근이 사라졌기 때문" 이라고 분석했다.

집집마다 상.하수도와 수세식 변기가 보급되고 수돗물의 염소 소독이 일반화하면서 콜레라.페스트 등 치명적인 세균성 전염 질환이 격감했다. 우리나라의 하수도 보급률은 75년 33%에서 현재 90%를 넘었다. 삶의 질이 개선되면서 영양 결핍이 사라지고, 야맹증과 각기병 등 비타민 결핍증도 자취를 감췄다. 우리 식단에서 곡류 비중이 75년 59%에서 30% 이하로 감소하고 단백질과 지방 비율이 늘어나 영양소를 균형있게 섭취하고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정순 교수는 "인구 1천명당 1년 동안 사망자 수를 뜻하는 사망률이 우리나라의 경우 10년대 34명에서 현재 5명으로 7분의1 가량으로 줄어들었다" 고 밝혔다.

의학기술의 발달도 한몫 했다. 19세기에 도입된 예방백신과 20세기에 도입된 항생제 등 의학의 눈부신 발달 덕분에 질병으로 도중에 숨질 확률이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다.

현재 1백세 장수자의 후보군인 1901년 이전 출생자들의 최대 위협이었던 천연두는 77년 아프리카에서 3명의 환자가 발생한 이래 자취를 감춰 세계보건기구가 93년 완전 박멸을 공식 선포했다.

현재 1백세 이상 장수하는 데 최대의 걸림돌은 부모로부터 질병에 취약한 유전자를 물려받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인체지놈 사업의 완성으로 불붙기 시작한 유전자 치료와 배아 복제기술을 응용한 장기 세포배양은 대물림되는 유전자마저 극복해 1백세 시대를 앞당기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 유전자이식연구소장 서정선 교수는 "장수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밝혀내고 이를 삽입하는 기술이 본격화하면 나쁜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사람들도 1백세를 거뜬히 살 수 있게 될 것" 이라고 강조했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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