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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iz 더 늦출 수 없다]1. 생존 필수 조건 e-biz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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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33면

"올해야말로 정보기술(IT)이 전 산업에 융합되는 e-biz 원년이다. " 최근 출범한 e-비즈니스기업인연합회의 선언에는 산업계의 긴박감이 담겨 있다. 산업의 축이 온라인으로 바뀌고 있는데 우리 기업들은 기존 업무관행을 떨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믿지 못하는 보안인증제도, 낙후된 물류인프라 등 e-biz 활성화를 막는 걸림돌들도 여전히 버티고 있다. 이대로 2~3년 더 가면 우리 기업은 생산성이 떨어져 도태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연합회 출범을 계기로 우리 기업들의 e-biz 실태와 나갈 길을 살펴본다.

포항제철(http://www.posco.co.kr)은 요즘 사내외 모든 거래를 웹 기반으로 한다며 시스템 구축에 온 부서가 바삐 움직이고 있다. 지난 한해 동안 기업간 전자상거래(B2B)를 해보고 거둔 효과에 놀라서다.

지난해 자재구매사이트인 'Steel-N.com' 을 개설한 이후 성적표를 보면 구매고객수는 1백34개에서 2백50개로 두배 가까이 늘었으나 그 비용은 오히려 38억원이나 줄었다. 무엇보다 중간상인들이 없어져 총 제품가격의 10%에 해당하는 중간유통마진이 개별 구매자와 회사에 돌아왔다. 올초 회사는 전면적으로 B2B를 할 경우 10~15%의 경영효율화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늦어도 7월까지는 대외거래를 대부분 인터넷으로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최근 또다시 채권은행에 4억달러의 지급보증을 요청한 현대건설. 지난해 통합인사관리와 통합현장채용관리시스템을 구축한 데 이어 올해는 재무관리와 회계관리.자산관리 등 사내 모든 기업자원관리(ERP)를 인터넷 기반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상반기부터는 인천국제공항과 서울을 잇는 전철공사 현장에 프로젝트관리시스템(PMIS)을 도입한다는 것.

현대측은 전사적 B2B를 기사회생의 마지막 카드로 보고 있다. 이를 시행할 경우 공사의 간접비용이 최고 20%까지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최근 앞으로 수년 내에 한국이 e-biz(비즈니스)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기업들의 평균생산성이 최소 6% 이상 내려가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컨대 북미시장에서 미 업체에 비해 핫코일 가격이 평균 7% 낮은 포철의 경우 경쟁업체와 가격이 같아져 수출이 급감하는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e-biz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올해 부쩍 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약 2백여개 중.대형업체가 e-biz에 시동을 걸었고 올해는 그 숫자가 배를 넘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아직도 내실은 태동기의 모습이다.

지난해 말 산업연구원 조사결과를 보면 2000년 8월 말 현재 국내 20여개 업종에 구축된 전자시장(e-마켓플레이스)은 모두 1백70개. 그러나 이중 실적이 있었던 e-마켓은 전체의 14%에 불과한 24개. 그나마 이들 e-마켓의 거래실적이 적어 통계에도 잡히지 않을 정도다. 아예 B2B사업이 표류하는 곳도 적지 않다.

국내석유업체 온라인시장은 1년이 넘도록 업체 공동의 e-마켓 구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업체간 서로 자사 석유공급망 확보에만 급급, 공동의 비용절감과 효율성을 위한 e-비즈니스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현대.삼성 등 국내 4개 조선업계 공동자재 구입 등 비용절감을 위한 B2B 사업 역시 지난 1년간 표류하다 이달 초 핵심기반기술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키로 합의만 본 상태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기업들이 B2B를 완전 도입할 경우 전자산업은 30~35%, 유통은 31~33%, 자동차는 28~31%, 생물은 15~20%, 조선과 중공업은 7~8%, 철 강은 5~6%의 비용절감 효과를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B2B를 하지 않고는 기업들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 디지털경제실 김기홍 박사는 "아직도 많은 경영자들이 e-biz 관련 비용을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고 기업들의 세원 노출 등을 꺼린 폐쇄적 거래관행이 B2B 활성화에 가장 큰 문제" 라며 "올해 내로 이같은 인식의 전환이 없을 경우 한국 기업의 미래는 어둡다" 고 지적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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